김하성은 8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2루수에 대해선 나름대로 자신 있다. 고등학교 때 2루수를 봤고, 스무 살 때 백업을 하면서 (2루수) 스텝 등을 전부 배웠다"고 말했다.
올겨울 김하성은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샌디에이고와 4년 2800만 달러(313억원)를 보장받는 계약을 했다. 옵션을 포함하면 최대 3200만 달러(358억원)까지 받을 수 있고, 5년째 상호 옵션까지 발동되면 최대 3900만 달러(436억원)까지 계약이 확장된다. 역대 KBO리그 출신 야수 중 가장 좋은 조건으로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한다.
하지만 의문이 남을 수 있는 선택이었다. 김하성의 주 포지션은 유격수다. 샌디에이고에는 주전 유격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있다. 타티스 주니어는 MLB 데뷔 두 시즌 만에 스타가 된 톱 플레이어다. 10년 장기 계약 얘기가 나올 정도로 그의 가치는 하늘을 찌른다.
김하성은 KBO리그에서 유격수가 아니면 3루수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그런데 샌디에이고 3루에는 골드글러브 2회 수상 경력이 있는 매니 마차도가 버티고 있다. 김하성은 생소한 2루수로 MLB 첫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김하성은 "솔직히 이 부분(포지션 전환)이 걸리긴 했다. 내 포지션은 유격수고, 프로에선 유격수와 3루수를 병행했다. 그런데 2루수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솔직하게 답했다. 하지만 이내 "어느 팀을 가더라도 결국 내가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좋은 선수층을 가진 팀에서 뛰고 싶었다. KBO리그에서도 경쟁했고 적응기를 거쳤다. 좋은 내야진을 갖췄다면 그만큼 내가 배울 게 많다고 생각한다"고 상황을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오히려 자신감이 넘쳤다. 김하성은 "일단 부딪혀 봐야 할 것 같다. 나도 내 성적을 가늠할 수 없다. 풀타임을 뛴다면 두 자릿수 홈런을 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주전으로 뛴다는 것 자체가 적응을 잘하고 인정받는다는 의미니까. (MLB는) 한국보다 경기 수가 많으니 경기에 더 나간다면 두 자릿수 홈런은 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KBO리그 정규시즌은 팀당 144경기를 치른다. MLB는 162경기다. 김하성의 개인 한 시즌 최다 홈런은 지난해 때려낸 30개다.
샌디에이고는 이번 겨울 적극적으로 선수를 영입했다. 김하성뿐 아니라 트레이드로 다르빗슈 유와 블레이크 스넬, 조 머스그로브를 데려왔다. 셋 모두 에이스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선발 자원이다. 과감한 투자로 지구 라이벌 LA 다저스의 대항마로 떠올랐다. 1969년 창단한 샌디에이고는 아직 월드시리즈 우승 경험이 없다. 통산 두 차례(1984·1998년) 월드시리즈 무대에 올라 모두 패했다. 현지 언론에선 '2021년이 샌디에이고가 창단 첫 우승할 수 있는 적기'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김하성은 "샌디에이고는 (계약을 진행할 당시) 향후 몇 년 안에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전할 전력을 갖출 거라고 얘기했다. 그 부분이 와 닿았다. 한국에선 아쉽게 경험하지 못해 우승에 대한 갈증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류)현진이 형 공을 한번 쳐보고 싶다. 내가 입단했을 땐 이미 MLB에 가셔서 (KBO리그에선) 상대하지 못했다. 워낙 좋은 공을 던지지 않나. MLB에서도 상위권 투수인데 못 치더라도 현진이 형 공을 한번 보고 싶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김하성은 KBO리그 7년 경험을 뒤로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KBO리그 출신 야수 중 MLB 무대에 진출한 역대 여섯 번째 야수다. 그는 "(박)병호 형이 (2016년) MLB에 진출하고 첫 풀타임 시즌을 치를 때 당시 염경엽 감독님께서 '너도 MLB를 바라보라'고 하셨다. 그렇게 계속 꿈을 꾸고 있었다"며 "7년 동안 한국에서 뛰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내가 잘하면 어린 학생들에게 더 좋은 롤모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가서 열심히 할 테니까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