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신세경(30)이 사랑스러우면서도 주체적인 여성 오미주로 안방극장을 수놓았다. 기존 멜로의 틀을 깨서 신선하고 그래서 더 볼수록 매력적인 JTBC 수목극 '런 온'을 중심에서 이끌었다. 누군가에게 일방적으로 끌려가지 않고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 바라보고 말을 건네며 진짜 소통이 가능한 관계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오미주의 성장사에 빠져들어 응원할 수밖에 없게 만든 건 신세경의 힘이 주요했다. 그만큼 매력적인 모습으로 캐릭터를 소화했다는 이야기. 사이다 캐릭터에 안정적인 연기력을 더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촬영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혹은 드라마 속 명장면이 있다면.
"한 장면만 꼽기 힘들 만큼 명장면은 정말 많다. 그래도 가장 좋아하는 장면을 고르자면 2회 포장마차 신이다. 드라마 방영 전 편집실에 놀러 가서 그 신을 처음 봤을 때의 두근거림이 잊히지 않는다. 화면상으로는 마치 봄바람이 부는 것처럼 아주 여유 있고 몽글몽글해 보이지만 막상 촬영 때에는 느닷없이 내리는 비를 피하며 급히 찍느라 정신이 없었던 기억이 난다. 대사량도 꽤 많고, 몹시 중요한 신이라 걱정 반 기대 반으로 편집된 내용을 보았는데 썸 타는 남녀의 설렘이 그대로 담겨있더라. 그래서 정말 행복했다. 술 취한 선겸을 혼자 두고 잠시 사라졌던 미주가 다시 나타날 때, 그런 선겸의 시야 안으로 운동화를 신은 미주의 발이 한 발짝 걸어 들어오는데 세상에 나도 미주가 너무 반가워서 외마디 비명을 지를 뻔했다."
-'런 온' 통해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모습이 있었다면.
"땅에 발 붙이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었고, 또 한 편으로는 현실적인 연애의 단계 단계를 잘 표현해서 그 설렘을 고스란히 전달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렇게 부대끼며 살아가는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시청하시는 모든 분들이 작은 위로가 느낄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는 막연한 바람도 가지고 있었다."
-실제 성격과 오미주와의 싱크로율은.
"미주가 자주 쓰는 말 중에 '맞네'가 있는데, 실제로 나도 그 말을 자주 써서 신기했다. 맥락에 따라 약간 차이가 있을 순 있지만 나는 '그럴 수 있지'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는 편이다. 하지만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는 점은 나와 좀 달랐다. 나는 적어도 세 번은 고민하는 것 같다."
-파트너 임시완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시완 오빠는 섬세하고, 정말 똑똑하다. 항상 나에게 야무지다고 하지만 내 생각엔 오빠가 훨씬 더 야무지고 부지런하다. 자기 개발을 위해 늘 시간을 쪼개어 쓰는 걸 보면 끊임없이 노력하는 스타일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동선이나 대사 타이밍 등에서 상대 배우가 어떤 지점에서 불편한지, 무엇을 어색하게 느끼는 지를 귀신 같이 캐치해 리허설을 마치고 난 후 꼭 나에게 괜찮은지 먼저 물어본다. 내가 딱히 티를 내는 것도 아닌데, 보통의 섬세함으론 그렇게 못하지 않을까 싶다. 기선겸이라는 캐릭터가 단단하고 빈틈이 없었기 때문에 오미주도 함께 빛날 수 있었다. 그 외에 반년의 일정을 함께 완주해 낼 동료로서 함께 하는 배우들에게 넘치는 응원과 격려, 간식, 핫팩 등을 끊임없이 보내주었다는 것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많은 분들이 알 거라고 생각한다."
-최수영·강태오 배우와의 호흡은.
"수영이와는 대학교 동기다. 캐스팅 관련 소식을 일찌감치 알진 못했지만 수영이가 서단아를 맡게 됐단 소식을 알고, 무척 설렘을 느꼈다. 대본을 읽었을 때 서단아야말로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느껴졌기에 기대감이 증폭되는 기분이었다. 관계성 맛집 우리 드라마 속 놓칠 수 없는 케미스트리가 바로 단미(단아와 미주)관계라고 생각한다. 대본으로 그 두 사람을 봤을 때에도 참 웃기고도 귀여운 관계다 싶어서 많이 기대하고 있었는데, 드라마 속 살아 움직이는 단미는 지금 말씀드린 그 느낌이 충분히 드러남과 동시에 탄산수 한 모금을 더 한 느낌이 난다. 아마 수영이가 연기하는 서단아 캐릭터가 워낙에 산뜻하고 시원시원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드라마 속 고정관념을 깨부수는 다양한 여∙여 캐릭터 구도가 최근에는 많이 등장하고 있지만, 단아와 미주 구도와 비슷한 관계는 아직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만큼 내게 새롭고 흥미로운 관계였다. 빈틈 있는 사람들끼리 계속 티격태격하다가 의도치 않게 서로를 위로하게 되는 그 모습이 참 귀엽게 느껴졌다. 그리고 정말 서단아 그 자체였다. 태오는 정말 재밌다. 이영화라는 캐릭터도 평범하지 않지만 강태오 본인 역시 재치 있고 비범하다고 생각한다. 본 방송을 시청을 할 때 내가 촬영하지 않은 분량들은 시청자의 입장에서 새롭게 볼 수 있어 즐겁다. 영화와 단아의 신들을 보며 웃기도 많이 웃었고, 감정이 깊어진 후반부엔 감탄을 하며 시청했다. 태오와 함께 호흡을 맞출 때에도 늘 예측 불가능하고 새롭다는 느낌을 받았다. 정말 독보적인 캐릭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