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은 2019년 8월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삼성으로 돌아왔다. 약 6년 만의 컴백. 그러나 원정 도박 혐의로 2016년 1월 KBO로부터 받은 72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먼저 소화해야 했다. 복귀전이 성사된 건 지난해 6월 9일 대구 키움전. 무려 2442일 만에 KBO리그 1군 마운드를 밟아 1이닝 무실점 쾌투로 건재를 과시했다.
오승환은 첫 3경기를 중간 계투로 뛰었다. 워밍업을 마친 뒤 6월 16일 잠실 두산전부터 '익숙한' 마무리 투수를 맡았다. 첫 경기부터 1이닝 무실점 세이브를 따내며 한·미·일 개인 통산 400세이브 금자탑을 쌓았다. 시즌 성적은 3승 2패 2홀드 18세이브 평균자책점 2.64. 7월 잠시 주춤했지만, 8월에는 1점대 월간 평균자책점으로 타자를 압도했다. 특히 10월 12경기에선 월간 평균자책점 0.71로 더 단단한 모습을 보였다.
오승환은 "경기를 치르면서 더 좋은 공을 던질 수 있었다. 하지만 잘된 것보다 아쉬운 게 더 많았다"고 시즌을 복기했다. 그는 "이전에 뛸 때도 좋은 타자가 많았는데 좋은 타자가 더 많아진 거 같다.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올해 최선, 최고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풀타임을 소화하게 될 2021시즌에 대한 자신감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오승환의 트레이드마크는 불같은 강속구다. 야구통계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지난해 오승환의 직구 최고구속은 시속 151㎞까지 찍혔다. 여전히 수준급 구속이지만, 전성기 때와 비교하면 묵직함은 약간 떨어졌다. 구종 피안타율도 0.287로 3할에 근접했다. '언터처블'로 불린 6년 전과는 약간 달랐다.
대신 노련함이 빛났다. 결정구로 던진 슬라이더가 타이밍을 빼앗았다. 슬라이더 구종 피안타율이 0.190에 불과했다. 간간이 섞은 포크볼도 타자 입장에선 까다로웠다. 네 번째 구종인 커브까지 섞으니 투구 레퍼토리가 더 복잡해졌다.
오승환은 마운드 위에서 표정 변화가 거의 없다. 크게 긴장하지도 않는다. 별명이 '돌부처'인 이유다. 그러나 지난 시즌엔 약간 달랐다.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팬들의 이목이 쏠렸다. 구단에서 거는 기대도 컸다. 그는 "(징계 소화에 따른) 1년 정도 실전 공백도 있었다. 오랜만에 복귀하면서 좀 더 잘하려고 했다. 부담을 잘 느끼는 편은 아니지만, 공백이 있는 상황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으니 그게 부담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돌아봤다.
2020 프로야구 KBO리그 삼성라이온즈와 키움히어로즈의 경기가 10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렸다. 8회초 구원 등판한 오승환이 공을 던지고 있다. 대구=김민규 기자 kim.mingyu@joongang.co.kr /2020.06.10/ 삼성 불펜은 리그 최정상급이다. 오승환을 중심으로 톱니바퀴처럼 돌아간다. 심창민·장필준·우규민을 비롯해 '마무리 경험자'가 꽤 많다. 최지광·김윤수를 비롯한 '젊은피'도 있다. 부상에서 회복된 양창섭도 불펜에서 힘을 보탤 예정. "필승조를 2개 만들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오승환은 "재능이 뛰어난 선수들이 많다. 성장 가능성이 크다"며 "선수들끼리 경쟁도 치열하다. 남들보다 더 운동하고 공부하고 있다. 선의의 경쟁을 통해 지금보다 더 좋은 불펜, 투수진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오승환을 향한 기대는 여전히 높다. KBO리그 개인 통산 300세이브에 5개만을 남겨 놓은 상황. 그러나 불혹을 앞둔 적지 않은 나이도 무시할 수 없다. 오승환은 "스프링캠프에서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훈련하고 있나"라는 질문에 "구속 향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전 공백과 부상, 재활 등으로 이전처럼 빠른 공을 못 던졌는데 경기를 치르면서 구위가 좋아졌다. 구속을 올리기 위해 몸의 회전력을 빠르게 할 수 있는 운동을 하고 있다.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