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2루수 김상수(31)는 지난해 '훈장'을 하나 달았다. 120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4(404타수 123안타)를 기록했다. 2009년 데뷔 이후 처음으로 규정타석을 채운 3할 타자가 됐다. 그는 "데뷔 12년 만에 첫 3할이라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하지만 이내 "빨리 달성하고 싶었던 타율인데 처음이라 부끄러웠다"며 몸을 낮췄다.
김상수는 공격보다 수비가 강점인 선수다. '명품 내야수' 박진만의 뒤를 이어 삼성의 유격수 자리를 꿰찼다. 2019시즌 2루수로 포지션을 전환해 안착했다. 수비 부담이 덜한 2루수를 맡으면서 공격에도 욕심이 생겼다. 미세하게 타격 폼을 계속 수정했고, 이제 안정 궤도에 접어들었다.
김상수는 "타격폼을 바꾼 뒤 떨어지는 공 등 변화구가 잘 보이더라. 볼넷이 늘어나 출루율도 좋아졌다. 전체적으로 타격 메커니즘이 나아졌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지난 시즌 김상수의 출루율은 0.397로 커리어 하이였다.
가장 만족스러운 건 아무래도 3할 타율이다. 올겨울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한 공격형 유격수 김하성(샌디에이고)의 타율(0.304)과 큰 차이가 없었다. 2루수 중에선 NC 박민우(0.345), SK 최주환(0.306)에 이어 세 번째로 타율이 높았다.
김상수는 "남은 선수 생활에서 3할 타율을 또 한 번 기록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타격에서 느낀 게 많다. 보탬이 되고, 반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자신감은 또 다른 자신감으로 연결된다. 외부 상황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김상수는 "안타가 나오면서 정신적으로 자신감이 생겼다. 플러스 요인"이라며 "타격의 완성도는 80% 정도다. 나머지 20%는 훈련을 통해 채워야 한다. 일단 내 것이 생기니 슬럼프가 길지 않다"고 반겼다.
김상수는 2021시즌 가을야구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IS포토 김상수는 몇 남지 않은 삼성 '왕조 시절' 멤버다. 삼성은 2010년대 초반 4년 연속 한국시리즈(KS) 우승, 6년 연속 KS 진출이라는 대업을 달성했다. 하지만 2016년부터 지난 시즌까지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온탕과 냉탕을 모두 경험한 김상수는 "이전에는 솔직히 멤버가 좋았다. 대부분 검증이 된 선수들이었다. 무엇보다 그때는 내가 어렸고, 지금은 나이가 많아졌다"며 "왕조 시절 성적이 너무 좋아 비교가 될까 싶지만, 올해 멤버가 좋아져 좋은 성적을 낼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1시즌 삼성의 공격과 수비의 핵은 김상수다. 센터라인의 버팀목으로 타격에서도 꾸준함을 보여줘야 한다. 그는 "올 시즌 느낌이 좋다. '라팍(홈구장 라이온즈파크)'에 최적화된 재일이 형이 왔고, 외국인 타자로 호세 피렐라가 들어왔다. 어떤 선수가 중심타선에 배치될지 모르지만, 타순의 짜임새가 나아졌다"며 "팬들도 그렇고 선수들도 가을야구를 목표로 한다. 다시 한번 그런 시대가 오길 바라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