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25~26일, LG는 새롭게 부임한 류지현(50) 신임 감독의 주도 아래 코칭스태프 워크숍을 했다. 2020시즌을 돌아보는 동시에, 2021시즌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하기 전에 코치진의 생각을 공유하기 위해 마련된 시간이었다.
이 자리에서 2021년 LG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팀 과제 중 한 가지로 논의된 사항은 '좌완 불펜 투수 진해수의 부담을 줄이기'였다. 이는 LG가 1일 발표한 베테랑 좌완 투수 고효준(38)의 영입으로 이어졌다.
진해수는 불펜에서 항상 대기한다. 최근 5시즌 연평균 72.8경기에 등판했다. 정규시즌 전체 일정의 딱 절반에 해당한다. 당연히 2016~20년 KBO리그에서 가장 많은 364경기에 등판했다. 이 기간 두 번째 등판이 많았던 김상수(312경기)보다 52차례 더 마운드에 올랐다.
좌완 투수 특성상 한 타자만 상대하고 마운드를 내려오는 경우도 많지만, 그는 언제나 불펜에서 대기할 수밖에 없다. LG의 좌완 필승조는 진해수밖에 없다. 그의 부담은 더욱 컸다. 지난해엔 개인 한 시즌 최다인 76경기(4승 2패 22홀드, 평균자책점 4.32)에 등판했다.
류지현 감독은 "최근 5년간 데이터를 보니 진해수의 출전 경기 수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데이터전력분석팀의 의견도 마찬가지였다"라고 했다. 이어 "진해수의 체력 부담을 보완할 수 있는 선수가 필요했다. 진해수 개인을 위해서든, 팀을 위해서든 새로운 좌완 불펜 자원이 필요했다"라고 덧붙였다. 진해수가 체력 부담을 덜어 더욱 위력적인 투구를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류지현 감독은 올해 좌완 불펜 후보로 손꼽히는 최성훈과 김대유에게도 기대를 걸고 있다.
이 가운데 프로 통산 454경기에 등판한 고효준이 합류하면 '선택의 폭'이 더욱 넓어진다. 류지현 감독은 "고효준이 합류하면 (좌완 불펜) 로테이션이 훨씬 수월해진다"라며 "고효준의 영입으로 진해수와 팀 모두 서로 윈-윈 할 수 있게 됐다"라고 기대했다. 고효준은 KBO 규약상 육성 선수 계약을 체결해, 오는 5월 1일부터 1군 경기에 등판이 가능하다.
고효준의 영입을 확정하기까지 철저한 검증을 했다. 구위를 점검하고, 메디컬테스트도 마쳤다. 롯데가 젊은 선수 육성 방침을 정하면서, 그는 지난 시즌 종료 후 방출 통보를 받았다.
류지현 감독은 "입단 테스트에서 고효준의 직구 구속이 140㎞ 이상 나왔다고 보고를 받았다. 현재 기량이면 중간 계투로 팀 전력에 충분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세 시즌 성적을 보면 9이닝당 볼넷이 5.71개로 다소 많은 편이지만, 좌완 스페셜리스트에게 필요한 탈삼진 능력을 갖췄다. 9이닝당 탈삼진은 9.95개다. 류지현 감독은 "고효준은 원래 제구력이 조금 부족했지만, 최근 몇 년간 제구력에 큰 문제가 없다고 본다"라며 "상대에게 이길 수 있는 자원이다"라고 기대했다. 차명석 LG 단장도 "고효준은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선수로서 좌타자 상대 스페셜리스트로의 활약을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방출 후 선수 생활 연장 의지 속에 3개월 넘게 새 소속팀을 찾은 고효준은 "LG가 기회를 주고 믿음을 가져주신 것에 대해 정말 감사하다"라며 "준비를 잘해서 LG의 우승에 꼭 일조하고 싶다. 이전보다 더 좋은 모습으로 팬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고 화이팅하겠다"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