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로 지난해부터 오랜 기간 휴장을 가졌던 경정이 힘찬 기지개를 켰다.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아쉽게 팬들을 맞을 수 없지만 1.5단계인 비수도권(유성·천안·부산·창원) 지역에서는 입장 정원 20%에 한해 경정을 즐길 수 있게 됐다.
2021시즌 경정은 시작부터 이변이 속출했다. 이에 미사 경정장에는 관중이 한 명도 없어 쓸쓸했지만, 경주 자체는 박진감이 넘쳤다. 1년 동안 휴식 아닌 휴식기를 보내야 했던 선수들은 오랜만에 실전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남달랐다. 1, 2위 경쟁뿐 아니라 3, 4위 경쟁도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조금이라도 높은 등수를 올리려고 하는 선수들의 마음이 전달된 경주였다.
첫날인 지난달 24일 경주에서 복병들의 선전이 눈에 띄었다. 특히 온라인 경주에서 예상치 못한 우승자들이 쏟아졌다. 선수의 능력보다는 모터의 힘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온라인 방식이라서 기존 인지도 높은 강자들이 복병들의 반격에 고전하는 분위기였다.
1경주에서 6코스의 김완석이 호쾌한 휘감기 승부로 첫 포문을 열었다. 2위는 김도휘가 차지했는데 불리하다는 아웃코스에서 1, 2위가 나와 쌍승식 104.3배라는 초고액 배당이 터졌다. 이어진 5경주에서는 비교적 약체라고 평가받았던 박준현이 1코스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 인빠지기로 깜짝 우승을 차지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둘째 날 지난달 25일 목요 경주에서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경주 흐름이 나타났다. 4경주에서 이종인이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평소 찌르기 의존도가 높았던 이종인은 6코스에서 과감하고 강력한 휘감기를 뽐내며 압도적인 전력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기존 터줏대감들이 전반적으로 고전했지만 플라잉 방식의 경주에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수요 경주 내내 아쉽게 준우승만 차지했던 2기 김민천은 목요 7경주에서 안정적인 인빠지기로 우승을 차지했다. 1기를 대표하는 이태희도 내내 고전하다 목요 마지막 8경주에서 1위에 오르며 명예 회복에 성공했다. 2021시즌 경정은 한 회차만 진행된 상황이지만 긴 공백에도 좋은 경기력을 뽐낸 선수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어려운 시기에 경정선수협회를 이끌었던 2기 이재학이 회장직에서 물러나고 4기 박상현이 새로운 회장으로 선출돼 2021시즌을 이끌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