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메이저리그(MLB) 샌디에이고와 계약했을 때만 하더라도 김하성의 포지션 경쟁자는 제이크 크로넨워스(27) 하나였다. 전망도 밝았다. 주전 2루수 크로넨워스를 외야로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김하성의 리그 적응이 더디게 진행되는 사이 곳곳에서 경쟁자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선두주자는 호르헤 마테오(26)이다. 마테오는 16일(한국시간) 열린 밀워키와 시범경기에 2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 3타점을 기록했다. 최근 3경기에서 10타수 6안타를 몰아쳐 시범경기 타율을 0.393(28타수 11안타)까지 끌어올렸다. 11안타는 팀 내 최다. 마테오는 외야 수비도 가능하지만, 유격수와 2루수가 주 포지션이다. 지난해 MLB에 데뷔했고 올 시즌 시범경기에서 제이슨 팅글러 감독의 눈도장을 찍고 있다.
닉 타니엘루(29)의 성적도 인상적이다. 타니엘루는 김하성이 몸살 증세로 결장한 15일 신시내티와 시범경기에 3루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1홈런) 3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시범경기 성적은 타율 0.333(18타수 6안타) 2홈런, 8타점. 스프링캠프 초반 기대가 크지 않았지만 꾸준함을 유지하고 있다. MLB 데뷔가 임박했다는 평가다. 2019년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타율 0.295, 19홈런, 84타점을 기록했다. 주 포지션이 3루수와 2루수여서 김하성과 겹친다.
가토 고스케(27)도 마찬가지다. 가토는 지난해 12월 마이너리그 계약을 샌디에이고에 합류했다. 논-로스터 초청 선수 자격으로 스프링캠프를 시작해 입지가 좁았다. 캠프 성적에 따라 중도 이탈도 가능했다. MLB 출전 경험도 없어 크게 주목받지도 못했다. 그러나 시범경기에서 타율 0.353(17타수 6안타), 1홈런, 5타점으로 순항 중이다. 지난 7일 LA 다저스와 시범경기에선 김하성의 대수비로 투입돼 다저스 필승조 스콧 알렉산더를 상대로 결승타를 뽑아냈다.
베네수엘라 출신 투쿠피타 마르카노(22)의 시범경기 타율은 0.429(21타수 9안타). CJ 아브람스(21)도 타율 0.267(30타수 8안타), 2홈런, 10타점으로 활약 중이다. 마르카노는 팀 내 타율 1위, 아브람스는 타점 1위이다. 두 선수 모두 마이너리그 싱글A 소속이라 직접적인 경쟁자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주 포지션이 내야수이고, 수준급 유망주다. MLB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이 선정한 2020년 샌디에이고 유망주 랭킹에서 6위와 2위에 이름을 올렸다. 2022년 MLB 데뷔가 예상되지만, 팀 상황에 따라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
김하성은 올겨울 4년, 총액 2800만 달러(308억원) 보장 계약으로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었다. 2021시즌 연봉만 700만 달러(77억원)로 적지 않다. 계약 조건 때문에라도 팅글러 감독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은 여전하다.
송재우 MBC SPORTS 해설위원은 "구도는 김하성에게 유리하다. 2016년 김현수(당시 볼티모어)처럼 시범경기에서 심각한 타격 슬럼프를 겪는 게 아니라면 일단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쟁자들의 활약이 계속될 경우 심리적으로 쫓길 수 있다. 반가운 상황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