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2021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흥국생명과 GS칼텍스의 경기가 2월 5일 오후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렸다. 차상현 감독이 1세트부터 점수차를 벌이자 선수들에게 엄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인천=김민규 기자 GS칼텍스가 모두의 예상을 깨고 2020~21 V리그 여자부 우승을 차지했다. 2008~09 시즌 이후 12년 만에 정규시즌 우승이다.
시즌 전 강력한 우승 후보로 흥국생명이 손꼽혔다. 김연경과 이다영이 새로 합류하면서 호화 멤버를 꾸렸다. 흥국생명의 독주를 저지한 건 GS칼텍스의 차상현(47) 감독이다. 그는 이소영-강소휘-메레타 러츠로 이어지는 삼각편대와 끈끈한 조직력을 만들었다.
시즌 전 KOVO컵에서 이미 흥국생명을 꺾은 바 있는 GS칼텍스는 지난해 12월 5일 흥국생명에게 정규시즌 첫 패배(0-3)를 안겼다. 치열한 선두 싸움 끝에 결국 정규시즌 정상에 올랐다.
2016년 12월 GS칼텍스 지휘봉을 잡은 차상현 감독은 매년 한 단계씩 팀을 올려놓았다. 2018~19시즌 처음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고, 지난해에는 2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그가 이끄는 GS칼텍스는 구단 역사상 최초로 통합 우승에 도전한다. 오는 26일부터 플레이오프 승자(2위 흥국생명-3위 IBK기업은행)와 챔피언 트로피를 놓고 다툰다.
16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프로배구 도드람 2020-2021 V리그 여자부 정규리그 1위 시상식이 끝난 뒤 차상현 감독이 헹가래 받고 있다. KOVO 제공
-우승 파티는 했나?. "선수들에게 '맥주 한잔'하자고 했다. 그런데 거의 안 마시더라. 축배를 들기엔 이르다. 챔피언결정전(5전 3승제)에서 우승해야 정말 우승한 것이라 여긴다. 아직은 담담하다."
-예상을 깨고 이변의 우승을 차지했다. "라운드당 3승을 거두면 1차 목표였던 봄 배구 진출이 가능할 거로 봤다. 마지막에 기회가 온다면 '(흥국생명과 챔피언결정전에서) 붙어보자'고 계산했다. 위기도 있었지만, 선수들이 잘 버텼다."
-흥국생명전에 강했다. "유달리 그랬다. 눈빛과 플레이를 보면 느껴진다. 다른 팀과 맞붙을 때보다 기운이 강하더라. 아무래도 경기는 상대성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긴다는 보장은 없어도 자신감이 묻어났다."
-선수 시절부터 궂은일을 도맡았다. "선수 때와 기분이 아주 다르다. 중·고 시절, 실업 배구, 프로 무대에서 모두 우승을 맛봤다. 하지만 선수를 지도하면서 우승하니 감회가 남다르다. 한편으로 걱정도 된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어떻게 계속 팀을 끌고 나가야 할지…."
-그래도 감독 부임 후 5위부터 1위까지, 매 시즌 한 단계씩 올랐다. "어떻게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12년 만에 정규시즌 우승을 달성했는데 선수들의 도움 없이 불가능한 성과였다. 선수들과 호흡이 잘 맞았다."
지난달 28일 흥국생명전 승리 후 1위에 오르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GS칼텍스 선수들의 모습. IS포토
-GS칼텍스의 강점은 조직력과 팀 분위기 같다. "감독 부임 후 선수들에게 처음으로 전한 메시지가 '팀워크'다. 문제가 발생하면, 규정에 따라 벌금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강하게 끌고 가는 부분도 있는데, 선수들이 잘 지켜주고 있다. 또 서로 양보와 배려를 많이 한다. 또 한가지, 프로다운 자세를 강조한다. '경기에서 졌다고 해서 고개 숙이지 말라. 팬들이 그런 선수들을 보러오는 게 아니다. 잘 준비해서 보답하면 되지 않냐. 항상 떳떳하라'고 얘기해왔다. 선수들도 어떻게 해야 팬들의 사랑을 받는지 잘 알고 있다."
-올 시즌 가장 좋았던 점과 아쉬운 점은. "가장 높게 평가하는 부분은 자신감이다. 상대적으로 어린 선수들이 많은데 상승세를 탔다. 모든 선수가 각자의 역할을 해낼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 보완할 점은 리시브와 수비가 아닐까 한다. 한다혜, 한수진이 올 시즌 정말 잘해줬다. 수비가 더 안정되면 더 강한 팀이 되리라 생각한다."
-봄 배구를 경험한 선수가 이소영과 김유리 정도뿐이다. "가장 큰 고민거리다. 남은 기간 적절한 긴장감 속에 분위기를 끌고 가려 한다. 챔피언결정전 1차전 분위기에 따라 변화가 생길 수 있다. 1차전에서 우리의 흐름을 지켜가는 게 중요하다."
-GS칼텍스는 통합 우승을 달성한 적이 없다. "통합 우승을 하고 싶다. 지난해 많은 관중 앞에서 가장 재밌는 경기(봄 배구)를 보여드리지 못해 안타까웠다.(2019~20시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조기 종료됐다.) 올해는 (포스트시즌에 관중 입장이 재개돼) 팬들에게 경기를 보여드릴 수 있게 됐다. 우리 선수들이 좋은 경기력을 통해 기쁨을 드리도록 최선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