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나는 흥국생명의 약점으로 평가됐다. 그는 지난해 12월 부상을 당해 방출된 루시아의 대체 외국인 선수다. 1월 26일 GS칼텍스전에서 데뷔해 11경기(정규시즌)를 치렀다. 성적과 기량 모두 리그 외국인 선수 중 최하위다. 득점은 경기당 12.1점, 공격 성공률은 31.28%에 불과했다. 2월 16일 출전한 IBK기업은행과의 5라운드 경기에서는 단 1득점에 그쳤다.
흥국생명은 이재영-다영 자매가 학폭(학교폭력) 논란으로 이탈한 뒤 치른 8경기에서 6패(2승)를 당했다. 브루나마저 극심한 경기 기복을 보이며 전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김연경 원맨팀' 한계를 확인한 채 IBK기업은행과 플레이오프(PO)를 맞이했다. 흥국생명은 20일 열린 PO 1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3-1로 승리했지만, 브루나는 이 경기에서 범실 13개를 기록하며 부진했다.
패하면 챔피언결정전(챔프전) 진출이 좌절되는 PO 3차전. 브루나는 전혀 다른 경기력을 보여줬다. 1세트에만 7득점, 공격 성공률 53.85%를 기록하며 김연경과 팀 공격을 이끌었다. 부정확한 세트도 자신 있는 스파이크로 연결시켰다. 이 경기에서 14득점, 공격 성공률 42.42%를 기록했다. 이번 봄 배구에서 처음으로 개인 시즌 평균(31.28%)보다 높은 성공률을 기록하며 흥국생명의 3-0 승리를 이끌었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은 PO 3차전을 앞두고 "브루나가 22득점 해주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좋은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경기 뒤 만난 박 감독은 "전날(23일) 같이 산책을 하면서 외국인 선수 역할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다부진 각오를 드러냈고, 경기 중에도 기업은행 라자레바에게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서 기대가 커졌다"며 웃어 보였다.
김연경도 브루나의 투지를 확인했다. 김연경은 "경기 전 미팅 때 브루나가 '나는 오늘 라자레바와 싸우겠다. (경고) 카드를 받을 수 있으니 그렇게 알아라'라며 남다른 의지를 보이더라. 나는 '싸우지는 말고 배구로 보여달라'고 당부했다"라고 말했다.
배구는 네트가 있는 스포츠다. 몸싸움이 없다. "싸우겠다"는 말은 득점뿐 아니라 기 싸움도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다. 라자레바는 올 시즌 득점 2위, 공격종합 3위에 오른 기업은행의 에이스.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였던 브루나가 투지를 드러내자 김연경도 크게 반색했다.
박미희 감독은 "PO를 3차전까지 치르면서 시간은 잃었지만, (좋은) 경험을 얻었다고 생각한다"며 점차 좋아지고 있는 브루나와 세터 김다솔의 호흡을 반겼다. 김연경도 "브루나가 챔프전에서도 잘 해줬으면 좋겠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브루나는 GS칼텍스와의 챔프전 키플레이어다. 차상현 GS칼텍스 감독은 "브루나의 공격 성공률을 떨어뜨릴 방법을 찾겠다"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브루나의 득점력이 살아나면 김연경도 상대 블로커의 집중 견제를 피할 수 있다. 브루나는 세 차례 출전한 GS칼텍스전에서 공격 성공률 38.10%를 기록했다. 상대 5팀 중 가장 높은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