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73세의 배우 윤여정의 전성기가 지구 반대편 미국에서 계속되고 있다. 영화 '미나리'로 미국배우조합상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최초'의 역사를 썼다.
윤여정은 5일 오전 10시(한국시간) 열린 제72회 미국배우조합상(Screen Actors Guild Award, SAGA) 시상식에서 '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의 마리아 바칼로바, '힐빌리의 노래' 글렌 클로즈, '뉴스 오브 더 월드'의 헬레네 젱겔, '더 파더'의 올리비아 콜먼과 경합을 벌여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한국 배우가 단독으로 미국배우조합상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기생충'이 최고상인 앙상블상을 받은 바 있다.
수상자로 이름이 호명된 후 윤여정은 "지금 내 감정을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모르겠다"며 "정말 영광스럽다. 특히 동료배우들이 나를 선택해줬다는 것이 기쁘고 감사하다. DAGA에도 감사하다. 올리비아 콜먼과 글렌 클로즈, 마리아 바칼로바, 헬레네 젱겔 등 동료 배우들에게 감사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미국배우조합상 측은 어린아이처럼 기뻐하는 윤여정의 모습에 '가장 순수한 수상 소감'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미국배우조합상은 세계 최대 배우 노조인 미국배우조합 스크린액터스길드(Screen Actors Guild, SAG)에서 주최하는 시상식으로, 미국작가조합(WAG), 미국감독조합(DGA), 전미영화제작자조합(PGA)과 함께 미국 4대 조합상으로 꼽힌다. 특히 아카데미 투표권을 가진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회원 중 배우들의 비중이 높아, 배우들이 직접 뽑는 미국배우조합상은 오스카 전초전으로 불린다. 배우조합상 앙상블상 수상작이 오스카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는 경우도 많다.
윤여정은 이미 '미나리'를 통해 전미 비평가위원회부터 LA·워싱턴 DC·보스턴·샌프란시스코·시애틀, 뉴욕 온라인·그레이터 웨스턴 뉴욕·오클라호마·캔자스시티·세인트루이스·뮤직시티·노스캐롤라이나·노스텍사스·뉴멕시코·샌디에이고·아이오와·콜럼버스·사우스이스턴·밴쿠버·디스커싱필름·미국 흑인·피닉스·온라인 여성·할리우드 비평가협회와 미국 여성 영화기자협회·팜스프링스 국제 영화제·골드 리스트 시상식·선셋 필름 서클 어워즈·라티노 엔터테인먼트 기자협회까지 30개의 연기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여기에 미국배우조합상까지 추가하며 아카데미까지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아쉽게도 스티븐 연의 수상은 불발됐다. 그러나 후보 지명만으로 유의미한 결과다. 스티븐 연은 '사운드 오브 메탈'의 리즈 아메드,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의 채드윅 보스만, '더 파더'의 안소니 홉킨스, '맹크'의 개리 올드만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후보에 올랐다. 남우주연상 트로피는 故(고) 채드윅 보스만에게 돌아갔다.
또한, '미나리'가 후보에 오른 앙상블상 부문에서는 아론 소킨 감독의 '트라이얼 오브 시카고7'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미나리'는 희망을 찾아 낯선 미국으로 떠나온 한국 가족의 아주 특별한 여정을 담은 영화다. 웰메이드 영화의 명가인 제작사 플랜B와 배급사 A24의 작품으로, '문유랑가보'의 정이삭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5일(현지시간) 미국 LA에서 열리는 제93회 아카데미시상식 최종 후보에서 작품상·감독상·남우주연상(스티븐 연)·여우조연상(윤여정)·각본상·음악상까지 총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