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히트 몸집이 커졌다. 하이브란 큰 그릇을 가져와 1조 원대 글로벌 빅 딜을 성사시켰다. 방탄소년단에 저스틴 비버, 아리아나 그란데라는 세계 톱 티어 라인업을 구축하고 음악산업에 새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음악 시장 주도권 가져올 수도" 미국 법인 빅히트아메리카를 통해 스쿠터 브라운이 설립한 회사 아타카 홀딩스를 10억 5천만 달러(약 1조 1,860억원)에 인수한 하이브는 세계 1위 기획사로의 도약 발판을 마련했다. 이타카 홀딩스는 음악 관련 매니지먼트와 영화·TV를 아우르는 종합 미디어 지주회사로, 아리아나 그란데·저스틴 비버·제이 발빈·데미 로바토 등 세계적인 팝스타가 소속된 레이블 그룹을 산하에 두고 있다. 이번 양사 간 계약에 저스틴 비버는 "대단한 팀과 협업하는 것, 그리고 글로벌 음악 시장으로 영역을 넓혀 나가는 것이 몹시 흥분된다"고 축하했다. 방탄소년단은 "정말 좋아하고 즐겨듣는 아티스트분들이 한 가족으로 함께하게 돼 너무 기쁘다. 새로운 시도가 팬 여러분께 색다른 경험과 감동, 즐거움을 드리는 길로 이어지기를 바란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업계에선 이번 하이브의 인수가 한국 문화와 비즈니스를 G7 선진국 대상으로 수출하는 판도를 뒤집어 놓은 첫 케이스라고 주목했다.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M&A 역사상 최대 규모이자, 국내 기업 최초의 해외 레이블 인수 사례다. 안진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주요 선진국이 주요 플레이였던 음악 산업의 주도권을 하이브가 잡을 것"이라면서 "전 세계 음악 시장 주도권을 한국이 가져올 수도 있는 그런 꿈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기대했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팬 커뮤니티 위버스를 중심으로 하이브 가치를 높게 봤다. "글로벌 아티스트 기준 유튜브 구독자 순위 1위인 저스틴 비버와 3위인 BTS, 4위인 아리아나 그란데가 하나의 소속사가 된다"며 "2위 블랙핑크의 위버스 입점도 예정돼 있어 글로벌 최고의 온라인 팬 커뮤니티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탄소년단 의존도 낮춰 빅히트는 지난해 "방탄소년단의 매출액 비중이 2020년 반기 및 2019년 각각 87.7%, 97.4%를 차지하는 등 특정 아티스트에 대한 높은 매출 의존도를 보인다"고 말했는데 1년도 안 돼 해당 리스크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 하이브는 군입대 등 주요 아티스트들의 예정된 공백으로 인한 매출 감소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 중인 방탄소년단에게는 미국의 든든한 배경이 생긴 셈이다. 부담감을 조금 덜어내고 안정적인 글로벌 활동 지원 기반을 마련했다는 의미가 크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스쿠터 브라운은 계약의 일환으로 하이브 이사회에 합류한다. 저스틴 비버의 높은 커리어는 스쿠터 브라운이 프로듀서로서 얻은 성과 중 가장 눈에 띄는 성공 중 하나"라면서 "국제적인 세일즈 능력을 갖춘 두 개의 스타 메이킹 미디어 그룹이 하나로 묶였다"고 말했다. 미국 포브스는 빌보드 차트(4월 3일 자)를 뒤흔들고 있는 하이브 아티스트 라인업에 주목했다. 저스틴 비버는 싱글 '피치스'(Peahes)로 핫100 1위로 진입해 자신의 네 번째 진입 1위 기록을 썼다. 이 분야 최다 기록 보유자는 아리아나 그란데로 다섯 번이나 발매 주에 정상에 올랐다. 방탄소년단 '다이너마이트'(Dynamite)는 핫100에서 전주 대비 8계단 반등하며 26위를 기록했다. 31주 연속 톱50이다. 10여년 전 싱글 '강남스타일'로 싸이가 세운 종전 연속 최장 차트인 기록을 깰 것으로 포브스는 예측했다.
목표 주가 일제히 상향 방탄소년단과 K팝의 성장을 발판으로 급속 성장을 이뤄낸 빅히트는 지속적인 글로벌 사업 확대로 주식 시장 기대감을 키웠다. KTB투자증권은 25만원에서 33원으로, 유안타증권은 26만원에서 35만원으로 대폭 조정했다. 각각 31만원과 32만원을 봤던 한국투자증권과 하나금융투자는 34만원과 36만원으로 제시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35만원을 50만2000원으로 올리고 처음으로 50만원 이상을 내다봤다. 특히 하이브가 미래 콘텐트 산업을 주도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콘텐트 산업 2020년 결산과 2021년 전망 세미나'에서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송진 미래정책팀장은 앞으로의 엔터 트렌드를 '메타버스', '합종연횡', '가불구취'(가치관과 불일치하면 구독 취소)라는 키워드로 소개했다. 하이브는 이미 유니버설 뮤직 그룹, 네이버, YG 등과 협업하는 합종연횡을 통해 경계없는 사업 확장을 이뤄왔으며 위버스를 통해 아티스트별 다양한 콘텐트를 선보이고 있으며 글로벌 팬들을 대상으로 구독 접근성을 수월하게 했다. 메타버스는 초월(Meta)과 현실 세계(universe)의 합성으로 가상과 현실 세계가 상호작용하는 초현실 세상을 말한다. 네이버제트 김대욱 대표는 "내가 상상하는 것이 실현되는 메타버스의 성장이 계속될 것"이라며 "사용자의 이용 패턴이 콘텐츠 소비 중심에서 콘텐츠 생산까지 확대됨에 따라 앞으로의 메타버스는 기본적인 세계관만 존재할 뿐 정해진 것 없이 사용자들이 스스로 세상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이브는 네이버제트에 70억원을 투자했고, 방탄소년단 아바타 캐릭터 '타이니탄'을 선보여 메타버스 관련주로도 언급된다.
방시혁 이사회 의장은 "하이브 시대에도 변함없이 음악의 힘을 믿고, 산업을 혁신하며 선한 영향력을 나누고, 삶의 변화를 만들어 가겠다"라며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차원에서 음악 산업의 새 패러다임을 열어갈 하이브와 이타카 홀딩스의 무한한 가능성을 지켜봐 주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황지영기자 hwang.jeeyoung@jt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