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KGC인삼공사-부산 KT의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PO, 5전 3승제) 1차전이 열린 11일 안양체육관. 팁오프가 오후 3시인데, KGC 제러드 설린저는 두 시간여 전부터 혼자 나와 연습했다. 미국 프로농구(NBA) 보스턴 셀틱스 출신 실력자가 코트에 가장 먼저 나왔다. 그는 ‘다른 선수에게 한 수 가르친다’는 뜻에서 ‘설 교수’로 불린다.
경기 전 서동철 KT 감독은 “설린저에게 점수를 내줘도, (패스에서 파생되는) 국내 선수 득점을 막겠다”고, 김승기 KGC 감독은 “리그 베스트 5 두 선수(허훈, 양홍석)를 막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예고했다.
허훈이 2쿼터 중반까지 출사표대로 ‘오지(5G)게’ 달리며 35-25 리드를 이끌었다. 하지만 KGC에는 설린저 외에도 ‘불꽃 슈터’ 전성현이 있었다. 전성현은 2쿼터에만 3점 슛 4개 등 14점을 몰아쳐, 41-45까지 추격하는 데 앞장섰다. 2쿼터 종료 직전 수비를 달고 쏜 3점 슛은 기가 막혔다.
두 팀은 정규리그에서 3승 3패였고, 연장전만 4번이었다. 이날도 3쿼터까지 2점 차 접전을 펼쳤다. 그러나 3쿼터까지 18점을 올린 허훈에 지나치게 의존했다. 지친 허훈은 승부처 4쿼터에는 벤치로 물러나 무득점에 그쳤다. 허훈을 막던 KGC 이재도가 종료 3분 27초를 남기고 레이업으로 80-70을 만들었다. 2년 연속 최우수 수비상을 받은 KGC 문성곤이 양홍석을 11점으로 묶었다. 문성곤은 90-78을 만드는 쐐기 3점포도 터트렸다.
결국 KGC(정규리그 3위)가 KT(6위)를 90-80으로 꺾고 1차전을 가져갔다. 6강 PO 1차전 승리 팀이 4강 진출한 경우는 46회 중 43회(93.5%)다. KGC는 강력한 수비로 가로채기를 9개나 기록했다. KT 선수들은 4쿼터에 급격히 지쳤고, 턴오버를 14개나 저질렀다. 전성현이 3점 슛 5개 등 21점을 몰아쳤다. 설린저는 19점·11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문성곤은 수비 스페셜리스트다운 활약을 펼쳤다.
전성현은 경기 후 “(문)성곤이가 중요할 때 리바운드를 잡아줬다. 박지원의 거친 수비에 열이 확 받아 오히려 슛이 잘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별명인 ‘포기를 모르는 불꽃 남자’에 대해 “팬들이 지어준 좋은 별명에 감사하다. 팀의 메인 슈터로 밀어준 동료에게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전날(10일) 또 다른 6강 PO에서는 인천 전자랜드(5위)가 고양 오리온을 85-63으로 대파했다. 전자랜드는 모트리(31점) 등 12명 전원이 득점했다. 오리온은 이승현의 부상 공백이 뼈아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