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카드 알레스와 대한항공 산틸리 감독이 14일 열린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1세트 종료 후 설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감독과 선수가 보기 드문 신경전을 보였다.
1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 우리카드의 2020~21 도드람 V리그 챔피언결정(5전 3승제) 3차전에서 벌어진 모습이다.
상황은 이랬다. 1세트가 종료된 후에 로베르토 산틸리 감독과 우리카드 알렉스 페헤이라(등록명 알렉스)가 충돌했다. 코트를 바꾸는 과정에서 감독과 선수가 신경전을 펼치는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이 나왔다. 흥분한 산틸리 감독은 마스크를 벗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과정에서 양 팀 선수와 코치진이 뒤엉키자 심판진이 제지에 나서기도 했다. 양 팀 선수단 모두 쉽게 흥분을 삭히지 모습이었다.
경기 종료 후 산틸리 감독과 신영철 감독, 또 알렉스의 입장이 조금씩 달랐다.
먼저 산틸리 감독은 "알렉스가 내게 이탈리아어로 무언가 농담 식으로 얘기했다. (이탈리아 출신인) 내가 당연히 알아들을 수 있지 않겠나"라고 했다. 다만 알렉스가 어떠한 대화를 건넸는지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반면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은 "산틸리 감독이 의도적으로 (알렉스를) 자극한 것 같다"라고 했다. 이어 "알렉스가 1세트 막판 서브 에이스를 올려 (알렉스를 향해) 제스처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알렉스가 아닌, 산틸리 감독이 먼저 신경전을 펼친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마지막으로 공식 인터뷰에 나선 알렉스는 "(산틸리 감독과 코치진을 향해) 내 이름을 그만 부르라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내가 서브할 때 대한항공 벤치에서 코치들이 한국어로 내 이름을 계속 불렀다. 그래서 '그만하라'고 얘기했다"라고 덧붙였다.
1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V리그 배구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 경기. 1세트 종료 뒤 우리카드 알렉스가 대한항공 산틸리 감독과 설전을 벌이고 있다. 이처럼 서로의 입장은 조금씩 달랐다. 자세한 상황은 대화를 주고받은 산틸리 감독과 알렉스만 알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이러한 신경전이 경기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도 양 팀의 판단은 엇갈렸다.
이날 0-3으로 셧 아웃 패배를 당한 산틸리 감독은 "(1세트 종료 후 충돌이) 경기에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승부에 절대 영향이 없었다"라며 "이런 상황을 많이 겪어봤다. 내일은 다른 경기를 하겠다"라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1승 2패로 벼랑 끝에 몰렸다.
1세트 8-8에서 비디오 판독 결과에 겉옷을 벗고 격렬하게 항의한 부분에 대해서도 "의도적이었다"라고 한 신영철 감독은 "선수들이 잘 이겨내 고맙다"라고 칭찬했다. 이어 "6라운드부터 알렉스에게 '어떤 상황에서든 우리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마인드 컨트롤을 주문했다. '챔프전과 같은 단기전에서 분위기에 휩쓸리면 안 된다'라고 늘 강조했다"라고 덧붙였다.
알렉스는 "다들 아시다시피 산틸리 감독은 쉽게 흥분하는 것 같다"라고 뼈 있는 한 마디를 남겼다. 알렉스는 고비마다 터뜨린 서브 에이스 5개를 포함해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20점에, 63.63%의 높은 공격 성공률을 기록했다.
우리카드 나경복은 "양 팀 감독님이 흥분했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가 기죽으면 안될 것 같아서 뛰어다녔고, 그래서 경기가 잘 풀렸다"라고 밝혔다.
15일 같은 장소에서 펼쳐지는 챔피언결정 4차전에서도 양 팀의 불꽃 튀는 접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