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입영 연기 자격 요건을 충족해 2022년 군 입대가 예상된다. K팝의 인기가 영미 본토까지 뻗어 나가면서 대중문화 발전 지원을 위한 정부 부처들의 의견이 모여 최근 병역법 개정안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시행령에선 '제2의 방탄소년단'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형평성 따져봐야 21일 리딩투자증권 유성만 애널리스트가 낸 하이브(구 빅히트)보고서에는 "2022년 중순까지는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동반입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입대 전 사전제작 효과로 실제 공백은 만 1년 수준"이라 적혀 있다. 1992년 12월생인 맏형 진은 내년 만 29세다. K팝 그룹 중 유일한 연기 혜택을 받아 1992년생 중 가장 늦게 입대할 것으로 보인다. 6월 23일 시행을 앞둔 병역법 시행령 개정안 제12조의3에 따르면 입영 연기가 가능한 대중문화예술인은 문화훈장 또는 문화포상을 받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추천한 사람이다. 연기 상한 연령은 30세로 정했다. 사단법인 한국음악콘텐츠협회(음콘협)는 문화훈장을 연기 기준으로 잡는 것이 현실성 없는 내용이라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훈포장 수상 후보자가 되려면 대중문화예술 분야에서 15년 이상 활동해야 한다는 기본 조건을 갖춰야 한다. 대중문화예술인에게는 포장 없이 훈장만 주어지는데 이를 바탕으로 지금까지 수훈 가수의 평균 연령대는 67.7세다. 방탄소년단은 데뷔 6년 차였던 2018년 최연소로 문화훈장 중 5등급에 해당하는 화관문화훈장을 받았다. 방탄소년단처럼 예외 경우가 아니라면, 15세부터 활동한 K팝 가수가 30세가 되어서야 병역법 개정안 시행령에 따른 혜택을 겨우 누릴 가능성이 있다. 순수예술이나 벤처 업계와 비교하면 대중문화계에 대한 조건이 상당히 까다롭다. 순수예술의 경우 특정 대회 입상자는 군 면제까지 받을 수 있고 벤처기업 창업자 및 벤처캐피탈로부터 투자받은 자는 입대 연기 대상에 포함돼 있다. 이를 두고 음콘협 최광호 사무총장은 "법과 제도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동등하게 적용돼야 한다. 특정 산업계를 폄하하거나 차별해선 안 된다. 타 산업계와의 병역 혜택 형평성 문제가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실효성 의문 대중문화계의 병역 특례 논의는 정치권에서 시작했다. K팝 산업 종사자들은 "당연히 병역의무를 이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드러내 왔다. 지난해 10월 관련 논의에 참석한 당시 민주당 대표 이낙연은 "국민께서 어떻게 받아들일지, 본인들이 굳이 원하지 않는데 정치권에서 먼저 말을 꺼내는 것이 어떨까 싶은 조심스러운 생각이다. 논의가 정치권 마음대로 번져가지 않았으면 한다. 만약 방탄소년단이 군대에 간다면 거기서도 활동을 통해 국가의 위상을 높이고 세계인에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는 역할을 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정치권이 아닌 문화예술계나 본인들 차원에서 정리가 됐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또 전용기 의원은 "대중문화예술인 같은 경우에는 체육처럼 국제대회가 명확한 것이 아니라서 조금 모호한 면이 있다. 방탄소년단이 당연히 세계적인 국위선양을 하고는 있지만, 국위선양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세운 다음 면제나 특혜 논의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마련된 시행령에 명확한 기준이 정립됐느냐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문화훈장이란 기준을 받아들이는 시각이 있는 반면 특혜를 위한, 특혜에 의한 법이 온당할 수 있느냐에 대한 비판 여론도 분명하다. 음콘협은 "정부가 하위법령인 시행령에서 '15년 이상의 활동 경력이 필요한 훈장 수여자'와 같은 높은 기준을 제시하여 그 대상을 극도로 제한하는 것은 K팝 가수의 활동을 지원하겠다는 국회의 법 개정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법안의 효력을 축소해버린 것으로 볼 수 있다. 국회에서 통과된 법안의 의도와 다르게 정부의 시행령이 대중문화 산업에 대한 실질적 지원 제도로서의 역할을 포기한 것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개진했다. 관련 의견서를 전달 받은 국방부 측은 일간스포츠에 "공정병역의 측면에서 검토하고 실행해 나가겠다"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