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오른손 타자 모창민이 현역 은퇴한다. 모창민은 지난 22일 경남 창원에서 이동욱 감독, 김종문 단장 등과 면담한 뒤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구단은 사흘 동안 관련 내용을 정리했고 26일 최종적으로 그의 은퇴를 발표했다. 지난 21일 창원 KT전 9회 대수비로 투입돼 1이닝을 뛴 게 모창민의 마지막 프로 경력이었다.
팀 내 입지가 꽤 좁았다. NC는 지난해 주전 1루수를 강진성이 차지했다. 모창민은 개막전 주전 1루수였지만 자리를 지키지 못했다. 개막 사흘 만인 5월 8일 창원 LG전에서 어깨를 다친 게 화근이었다. 1회 초 김현수의 타구가 파울 선상 쪽으로 향하자 다이빙 캐치를 시도했는데 이 과정에서 왼 견관절 관절와순 부분 손상 진단을 받고 이탈했다. 6월 10일 1군에 복귀했지만 이미 강진성이 1루수로 입지를 넓힌 뒤였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부상'에 울었다. 김경문 감독 시절인 2016년 3월에는 왼 무릎 외측 반월판 연골 절제 및 봉합 수술을 받았다. 당시 김경문 감독이 모창민을 내야수가 아닌 외야수로 기용하며 활용 폭을 넓히려고 했다. 무릎을 다친 뒤 최대한 수술을 피하려고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김 감독이 "너무 열심히 하고, 운동밖에 모르는 선수"라고 아쉬워할 정도였다. 모창민은 그해 63경기만 뛰었다.
예비 FA(자유계약선수) 시즌이던 2018년 5월에도 족저근막 부분파열로 재활군을 거쳤다. 8월 뒤늦게 1군에 복귀해 시즌을 뛰었으나 81경기만 소화했다. FA 계약 첫 시즌이던 2019년에는 두 번이나 햄스트링 부상을 경험했다. 이어 지난 시즌 어깨까지 다치면서 매년 풀타임을 뛰는 게 어려웠다.
NC는 모창민의 가치를 인정한다. 2018년 11월 FA 3년 최대 20억원에 계약한 것도 바로 이유다. 그의 성실함과 모범적인 태도는 전 소속팀 SK(현 SSG)에서도 알아준다.
200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모창민을 지명한 진상봉 SSG 국제스카우트그룹장은 2017년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모창민은 고등학교 3학년 때 어깨가 많이 아파서 지명을 받지 못해 대학을 갔다. 고등학교 때는 유격수, 대학교에선 3루를 많이 맡았다. 재능은 있었다. 워낙 성실하고, 평이 아주 좋았던 선수"라며 "대한민국에서 둘째라면 서러울 정도로 성실하고 진실한 선수"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매년 '기회'를 쫓았다. 그런데 잡힐 듯 잡히지 않았다. 주 포지션이 3루지만 SK 시절에는 최정에 밀렸고, NC 이적 후에는 박석민이라는 큰 벽에 부딪혔다. 2016년 외야수 준비를 한 것도 더 많은 기회를 잡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2017년 커리어하이 시즌(타율 0.312, 17홈런, 90타점)을 보냈지만 계속된 부상 영향으로 그의 '자리'는 없었다.
모창민은 올 시즌에도 기회를 기다렸다. 하지만 강진성의 단단한 입지를 깨는 게 어려웠다. 백업 자원인 윤형준, 이원재와의 경쟁도 쉽지 않았다. 21일 창원 KT전을 뛰고 다음 날 훈련에 앞서 구단 면담을 신청해 은퇴를 얘기했다. 그는 "이번 시즌 퓨처스에서 시작하면서 내가 열심히 하는 후배들에게 기회를 뺏는 건 아닌지 생각을 했다. 팀에 좋은 후배들이 많고,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는 팀의 방향성을 생각해보니 지금 내가 어떤 선택을 해야 팀과 후배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을지 판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모창민은 일정 기간 관련 교육을 받은 뒤 전력분석과 프로 스카우트 업무를 맡을 예정이다. FA 계약 3년의 마지막 시즌을 '완주'하지 못했지만 차분히 제2의 야구 인생을 그려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