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FC 이영준(왼쪽부터)·한승규·김승준. 한국프로축구연맹 지난 25일 열린 수원FC와 FC서울의 K리그1 경기. 수원FC의 스타팅으로 나왔던 이영준과 조상준이 동시에 2분 만에 교체 아웃됐다. 부상도 아닌데 왜 이런 비상식적인 교체가 나왔을까. K리그의 ‘U-22(22세 이하) 룰’을 교묘하게 이용한 것이다.
K리그는 2013년부터 U-22 룰을 적용하고 있다. 어린 선수들이 뛸 기회를 늘려 젊은 선수를 육성한다는 취지로 22세 이하 선수를 반드시 일정 시간 이상 뛰게 해야 한다는 규정을 만들었다. 이 룰은 처음에는 젊은 선수 한 명을 벤치에 넣는 것부터 시작해 한 명은 선발로 뛰고, 한 명은 벤치에 앉는 등으로 점점 업그레이드됐다. 그리고 올해 큰 폭으로 또 한 번의 변화가 있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021시즌 K리그1에서 팀당 교체 카드를 종전 3개에서 5개까지 늘려 허용하되, 22세 이상 선수가 두 명 이상 뛰어야 교체 카드 5명을 쓸 수 있게 했다.
시즌 초반만 해도 코칭스태프들이 ‘어차피 원래 교체 카드는 3개였으니 상황에 따라 움직이면 된다’는 정도로 생각하는 듯했다. 그러나 여러 팀들이 너도나도 5장의 카드를 활용하기 시작하자 5개를 다 쓰지 않으면 손해라는 인식이 생겼다. 더 나아가 경험이 적은 22세 이하 선수들을 최소한으로 기용하면서 교체 카드는 최대한으로 쓰기 위한 편법이 실제로 나왔다. 수원FC가 22세 이하 선수를 이용한 사실상의 ‘위장 선발’을 사용한 것이다.
지난 8년 동안 ‘U-22 룰’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이들이 더 많다고 느낀다. 개인적인 주장을 펼치기에 다소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다. 그러나 처음 U-22 룰이 도입됐을 때부터 나는 이 규정에 억지스러운 면이 많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좋은 취지라도 감독의 고유 재량인 스타팅 멤버까지 강제해서 ‘22세 이하 선수를 넣어야 한다’고 간섭하는 건 전혀 자연스럽지 않다.
지난 25일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인천과 울산의 경기. 인천 김광석과 울산 김인성이 볼경합을 하고 있다. 정시종 기자 프로는 말 그대로 프로여야 한다. 더 잘하는 선수가 선택을 받고, 형평성 논란 없는 무한경쟁이 펼쳐져야 한다. 돈을 내고 경기장을 찾은 팬들이 그 팀의 가장 뛰어난 선수 11명을 스타팅 멤버로 보는 게 프로 아닌가. 예를 들어 울산 현대의 경우 22세 이하 자원도 뛰어나지만, U-22 룰 탓에 22세 이하 선수가 스타팅으로 나오고 국가대표 출신인 김인성은 교체로 뛰는 경우가 많다. 팬들은 김인성이 스타팅으로 뛰는 풀 전력을 보고 싶어하지 않을까.
‘22세 이하’라는 규정 때문에 오히려 23세가 되는 순간 기회를 잃어버리는 부작용도 나온다. 특히 올해 5명 교체 규정에 ‘U-22 룰’이 혼합되는 식으로 규정이 만들어지자 일부 구단은 22세 이하 선수를 ‘육성한다’는 느낌보다 ‘교체 카드를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만 보는 느낌도 강하다.
수원FC의 편법을 비난할 수는 있지만, 징계는 불가능하다. 규정을 어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 시즌 이런 식의 편법이 더 나올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본다. 시즌 막바지 강등 위기에 몰린 팀이 꼭 잡아야 하는 경기가 있다면, 편법을 써서라도 이기려 할 것이다. 수원FC가 눈치 보지 않고 먼저 이러한 편법을 써버린 것도 이 팀이 현재 1부리그 최하위에 있는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5년 FC서울 박주영의 모습. 박주영은 이 시즌 18골을 터뜨렸다. IS포토 과거 기성용, 이청용, 구자철 등의 스타 플레이어들은 10대의 나이에 K리그에 데뷔했다. 박주영은 만 20세였던 2005년 K리그에서 18골을 터뜨렸다. 이때 U-22 룰은 존재하지 않았다. 젊은 스타는 자연스럽게 경쟁을 통해 살아남아야 탄생하는 것이지 억지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U-22 룰은 분명 좋은 취지로 시작했고, 순기능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리그에서 팀에 대해 강제 규정을 넣는 것은 프로라는 대의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강제 규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줄여가는 게 맞다. 또 한 가지, 젊은 선수들을 키우기 위해선 강제로 젊은 선수를 뛰게 하는 규정 보다 현장 지도자들이 어린 선수를 과감하게 믿고 기용하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