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7일 잠실야구장을 찾아 자신이 구단주로 있는 롯데-LG의 경기를 관전했다. 신 회장이 야구장을 방문한 것은 2015년 9월 11일 사직 삼성전 이후 6년 만. 잠실구장을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신 회장은 0-4로 뒤진 7회 초 롯데 공격이 종료된 뒤 야구장을 빠져나갔다. 신 회장의 야구장 방문은 정용진(신세계 부회장) SSG 구단주가 지난 4일 인천 SSG랜더스필드를 찾아 롯데전을 직관한 것에 따른 것 아니냐는 시선이 많다.
야구단을 창단한 SSG는 롯데와 라이벌 구도를 희망하고 나섰다. 롯데와 신세계는 백화점과 마트, 온라인 등 유통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SSG 창단 직후 롯데를 자극하는 발언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지난 27일 밤 음성 기반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에 등장해 "동빈이 형은 원래 야구에 관심이 없었는데, 내가 도발하니까 (야구장을 찾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롯데가 본업과 야구를 서로 연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경기에선 우리가 질 수 있어도 마케팅에서만큼은 반드시 이기겠다. 롯데가 어쩔 수 없이 우리를 쫓아와야 할 것"이라고 도발한 적도 있다.
야구판에서 불붙은 자존심 경쟁은 오프라인 시장으로 옮겨갔다. 신세계 이마트가 4월 1일부터 4일까지 '랜더스데이'를 실시해 500여종의 품목을 할인 판매하자, 창립 23주년(4월 1일)을 맞은 롯데마트도 한 달간 할인 행사를 진행하며 맞불을 놓았다. 또한 정용진 부회장은 최주환과 최정에게 '용진이 형 상'이란 이름으로 한우를 보냈다. 27일 잠실구장을 찾은 신동빈 회장도 경기 종료 후 선수단의 자택으로 한우 정육세트를 배송했다. 정 부회장의 도발에 신동빈 회장이 맞대응하고 있진 않지만, 은근히 신경쓰는 눈치다.
과거에는 포스트시즌과 같은 가을 잔치에만 구단주가 야구장을 찾았지만, 최근에는 정규시즌 방문도 늘어나고 있다. 김택진 NC소프트 대표이사 겸 구단주 역시 야구단에 대한 관심이 깊다. LG와 두산 역시 전통적으로 구단주가 야구단에 애정을 쏟고 있다.
구단주가 야구장을 찾으면 기대 효과도 크다. 김인식 전 국가대표 감독은 "그룹 오너가 관심을 가져야 KBO리그가 더 발전할 수 있다. 선수들도 좀 더 긴장감을 갖고 뛰게 된다"라며 "흥행에도 플러스 요소가 된다"라고 말했다. 야구단에 대한 지원도 늘어나고, 선수들에게 메시지 전달도 된다. 올해 1월 이대호와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이 지지부진하자, 신동빈 회장이 직접 강력한 지원에 나서 협상이 타결되기도 했다.
구단주는 친근한 이미지를 쌓는 동시에 마케팅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한 팬들에게는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정용진 부회장은 27일 밤 "과거 키움 히어로즈가 넥센 히어로즈일 때 야구단을 인수하고 싶었는데 (히어로즈 측이) 나를 X무시하며 안 팔았다"라며 "(히어로즈가) 우리에게 졌을 때 XXX들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키움은 발라버리고 싶다"라고 했다. 비속어까지 섞어가며 아주 격한 분노를 표출했다. SSG는 지난 23~25일 키움과 3연전에서 2승 1패로 위닝시리즈를 거뒀는데, 이 발언 이후 맞대결하는 5월 7~9일 3연전에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다.
롯데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은 평소에도 야구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야구단에 관심이 많다"라며 "야구단 관계자로서 SSG와 라이벌 구도 형성은 긍정적인 효과가 많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