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 내 투자와 관련해 가장 관심을 끌었던 기업은 삼성전자였다. 한국 기업의 ‘44조원 투자 보따리’ 중에 삼성전자는 170억 달러(약 19조원) 투자를 약속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내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을 건설하기 위한 19조원 투자금을 놓고 텍사스와 뉴욕, 애리조나주가 치열한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은 이미 삼성이 파운드리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텍사스주 오스틴을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꼽고 있다.
그렇지만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번 방미 기간 동안 다른 후보지들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김기남 부회장은 지난 22일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에서 미국 신규 투자 계획을 공식화했다. 그는 "170억 달러의 파운드리 신규 대비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조만간 구체적인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는 만큼 엄청난 경제 파급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 지역사회에서도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은 텍사스주 정부에 제출한 투자의향서에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 추가 건설하면 지역사회에 총 89억 달러(약 10조원)의 경제 효과가 있다고 적시했다. 또 공장 건설 과정에서 약 2만 개의 일자리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은 14나노미터 공정 기술을 기반으로 정보기술(IT) 기기용 전력 반도체 제품과 통신용 반도체를 주로 생산한다. 삼성은 지난해 말 오스틴 공장 인근 대지를 추가로 매입하기도 했다. 삼성은 파급효과를 바탕으로 20년간 8억550만 달러(약 9000억원)의 세금감면 혜택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대규모 투자의 향방은 세금감면 인센티브 여하에 달려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아직 투자의향서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뉴욕주와 애리조나주도 세금감면 등 인센티브를 제안하며 삼성의 투자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22일 성명을 통해 "삼성의 파운드리 공장을 위해 뉴욕보다 더 나은 곳은 없다. 뉴욕의 신규 반도체 공장들을 지원할 수 있도록 연방 인센티브를 확보하려고 싸우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애리조나주에는 삼성전자의 경쟁사인 TSMC와 인텔의 반도체 공장이 들어서기로 예정돼 있다. 반도체 기업 간 집적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돼 주 당국은 인센티브와 함께 안정적인 용수·전력 공급 등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텍사스에 투자의향서가 전달된 것은 맞지만 미국 반도체 공장의 투자 지역과 관련돼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