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감독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부진한 성적 탓에 전임 사령탑이 물러나고, 후임은 대체로 전력 또는 기세가 약해진 팀을 맡게 된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사례는 드물다. 무엇보다 계획한 대로 이뤄지지 않은 게 야구다. '강제 리빌딩'이라는 표현은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한화는 지난해부터 리빌딩 기조를 명확하게 드러냈다. 젊은 투수의 성장세는 매우 고무적인 성과다. 올 시즌은 외국인 감독(카를로스 수베로)까지 영입했다. 팀의 방향성에 부합하는 인물이자, 비전을 구현해 줄 적임자로 말이다. 눈길 끄는 젊은 야수가 늘었다. 기존 기대주 노시환과 정은원의 성장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러나 성적은 하위권이다. 27일까지 18승 25패, 승률 0.419를 기록했다. 지난해 후반기와 흡사하다.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준다.
리빌딩은 명분이 있지만, 모두의 지지를 받는 건 아니다. 성적이 안 좋으면 당연히 외부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프런트와 현장 수뇌부가 불협화음을 내면 안 된다.
정민철 한화 단장은 지난해부터 기조가 명확했다. 더 언급할 필요가 없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이 딜레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수베로 감독도 성적보다 성장에 의미를 부여한다.
27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만난 수베로 감독은 "나는 누구보다 승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승부욕도 강하다. 가을야구 진출은 물론 팀의 목표다. 그러나 더 집중하고 있는 지점은 선수 개인의 성장이다. 그런 부분들이 하나로 뭉치면 팀이 더 강해지는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팀) 승리도 중요하지만, 개개인이 어떤 성장세를 보이는 지 집중한다. (올 시즌) 그 성과에 대해 나열하는 건 끝도 없을 것 같다. 정은원은 선구안과 외야로 강한 타구를 생산하는 능력이 늘었다. 이처럼 선수들이 보여주는 긍정적인 부분을 확인하면서 시즌을 치르는 데 더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베로 감독이 그동안 강조한 부분이다. 새삼스러운 얘기는 아니다. 한화는 사령탑이 이런 말을 남긴 뒤 치른 경기(27일)에서 두산에 3-0으로 승리했다. 에이스로 성장한 김민우가 호투했고, 1-0 박빙 승부가 이어지고 있던 9회 공격에서 젊은 야수 조한민이 쐐기 우중간 3루타를 때려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