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폭력(학폭) 사실을 일부 시인하고 배구 코트를 떠났던 박상하(35)가 은퇴를 번복했다.
현대캐피탈은 "박상하를 영입했다"고 지난달 31일 발표했다. 지난 2월 삼성화재에서 은퇴 신분으로 처리돼 사실상 자유계약선수(FA)였던 그가 새 팀을 찾은 것이다.
현대캐피탈은 "박상하가 경찰 조사를 통해 (학폭 논란의) 억울한 누명을 벗었다"고 영입 배경을 설명했다. 박상하의 복귀 명분으로 내건 이 내용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지난 2월 박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당해 학폭 가해자로 지목됐다. 글쓴이는 "박상하가 동창생을 납치 및 감금하고 14시간 집단 폭행했다"고 적었다. 박상하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고, 경찰 조사를 통해 글쓴이는 거짓말을 했다고 자백했다.
하지만 박상하는 당시 다른 이에게 가한 폭행 사실을 일부 인정했다. 그는 당시 삼성화재를 통해 "중학교 시절 친구를 때린 사실이 있고, 고등학교 시절 숙소에서 후배를 때린 사실이 있다"라며 "최근 학교 폭력 논란을 보며 계속 마음이 무거웠다. 중·고교 시절 저로 인해 상처를 받으신 분들께 너무나 죄송한 마음"이라고 했다.
이는 박상하가 은퇴를 선언한 이유이기도 했다. 박상하는 "어떤 이유로도 학폭은 정당화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안다. 이에 책임을 지고 반성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다"라고 속죄의 입장을 내비쳤다.
감금 및 폭행을 했다는 폭로가 거짓으로 밝혀지자, 박상하는 은퇴를 철회하고 슬그머니 코트 복귀를 결정했다. 이때 3~4개 구단이 그의 영입을 타진했고, 그는 현대캐피탈을 선택했다.
20여 년 전 학창 시절 폭행을 두고 은퇴를 종용하는 건 "너무 과하다"는 입장도 있다. 당시에는 운동부 내 폭행이 만연했다. 밖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복귀의 정당성을 떠나 복귀 과정에 아쉬움이 남는다. 현대캐피탈은 박상하를 자칫 피해자로 여겨지도록 했다. 박상하에 대해 "억울한 누명을 벗었다"라고 했다. 물론 폭로 내용은 거짓으로 드러났으나, 엄연히 박상하는 학창 시절 폭행을 시인한 바 있다. 그가 은퇴 의사를 밝혔기에 당시 소속팀 삼성화재가 적극적으로 확인하지 않았을 뿐이다.
일부에선 박상하가 시인한 폭행이 "가벼운 학폭 수준은 아니다"는 이야기도 있다. 한 관계자는 "박상하가 복귀를 선택한 건 당시 피해자와 합의하는 등 접촉이 있었기 때문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한 3개월여 만에 자신의 은퇴 결정을 번복한 박상하가 그 이유를 설명하고, 실망한 팬들을 향해 다시 한번 사과하는 것이 옳았다는 의견도 있다.
이번에 꼭 필요한 그 과정이 빠졌다. 단지 "최선을 다하겠다" "팀에 헌신하겠다" "팬들의 성원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뼈저리게 느꼈다"는 그의 말은 진정성이 떨어져 보인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리빌딩(지난 시즌 6위) 중 베테랑 영입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박상하가 피해자를 만나 사과했고, 계속 그 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래서 계약에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여겨 영입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박상하의 복귀는 흥국생명으로부터 무기한 출전 정지 징계를 받은 이재영-다영 쌍둥이 자매의 복귀를 앞당길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