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왼손 투수 이승현(19)은 개막 전만 하더라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올 시즌 1차 지명으로 입단한 신인이지만, 즉시 전력감은 분류되지 않았다. 이의리(KIA), 장재영(키움)을 비롯해 신인 5명이 이름을 올린 개막전 엔트리에도 그의 자리는 없었다.
5월 12일 데뷔 첫 1군에 등록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어깨 부상으로 이탈한 외국인 투수 벤 라이블리를 일시적으로 대체할 '불펜 추격조' 정도로 받아들여졌다. 2군 성적(6경기 평균자책점 4.15)도 눈길을 끌지 않았다. 하지만 베일을 벗은 이승현은 기대 이상이다.
이승현은 1군 등록 후 5월 한 달 동안 8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1.08(8⅓이닝 12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피안타율이 0.179로 낮고, 이닝당 출루허용(WHIP)도 1.08로 수준급이다. 9이닝당 볼넷(4.32개)이 적은 편은 아니지만, 9이닝당 삼진이 12.96개로 압도적이다. 경기를 소화할수록 안정감이 더 좋아진다는 게 고무적이다. 승부처에서도 마운드를 밟으면서 입지를 점점 넓히고 있다.
가뭄에 내린 단비다. 개막 후 삼성의 왼손 불펜은 줄곧 임현준 하나였다. 지난해 45경기를 소화한 노성호가 팔꿈치 부상으로 재활군에 내려가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이 부족했다. 임현준은 왼손 타자에 특화된 왼손 사이드암 유형이어서 활용 폭이 제한적이었다. 점점 임현준에게 부하가 걸리는 상황에서 이승현이 그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이승현의 시즌 왼손 타자 피안타율은 0.176. 불펜을 좀 더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히든카드'다.
그의 매력은 폭발적인 포심 패스트볼이다. 데뷔전이던 지난달 14일 잠실 LG전에선 시속 150㎞ 포심 패스트볼을 포수 미트에 꽂았다. 17일 LG전에선 0-1로 뒤진 5회 2사 2, 3루 위기에서 '타격 기계' 김현수를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초구부터 5구째까지 모두 포심 패스트볼만 던졌다. 말 그대로 힘으로 압도했다.
삼성 전력 분석에 따르면 이승현은 슬라이더와 커브 회전수가 평균 이상. 특히 평균 3000회가 넘는 커브 회전수는 팀 내 최고 수준이다. 그는 시속 150㎞가 넘는 빠른 공에 변화구를 적절하게 섞어 타격 타이밍을 빼았는다.
될성부른 떡잎이다. 이승현은 지난해 8월 2021년 신인 1차 지명을 받아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지명 당시 기준 고교 3년간 성적이 7승 2패 평균자책점 1.80을 기록한 청소년 대표 출신 '괴물 투수'였다.
이승현의 활약을 인상적으로 바라보는 건 정현욱 삼성 투수코치도 마찬가지다. 정현욱 코치는 "퓨처스리그(2군)에서 준비를 잘했다. 기본적으로 좋은 공을 가지고 있고, 던질 줄 안다. 어릴 적 오승환을 보는 것 같다"고 극찬했다. 이어 "아직 신인이라서 경험이 부족하다. 차근차근 배워간다면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승현은 이의리와 김진욱(롯데), 오원석(SSG)의 경쟁으로 압축됐던 신인왕 레이스에 강력한 대항마로 떠올랐다. 그는 "마운드 위에서 최고의 모습뿐만 아니라 팀이 원하는 역활을 100% 이상 해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아프지 않고 꾸준하게 몸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며 "부족한 점이 많지만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잘 준비해서 데뷔 첫 시즌을 잘 치르고 싶다"고 각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