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안타까운 선택을 한 네이버 직원이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려 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노조는 문제를 방관한 경영진에 책임을 묻는 동시에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의뢰했다.
네이버 노조 '공동성명'은 7일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그린팩토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인은 지나친 업무 지시로 인해 야간·휴가·휴일 가릴 것 없이 과도한 업무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또 "상급자인 임원 A 씨로부터 지위를 이용한 부당한 업무 지시와 모욕적인 언행, 해결할 수 없는 무리한 업무 지시 등을 받으며 정신적인 고통을 받아왔다"고 했다.
임원 A 씨와 관련해 내부에서 꾸준히 문제 제기가 이뤄졌지만, 회사 측은 이를 묵살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해당 임원이 입사한 2019년 5월에 고인을 포함한 직원 14명이 최인혁 네이버 최고운영책임자(COO)와 면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최 COO는 "A 씨에게 문제가 있으면 A에게 말을 하고, 그래도 문제가 있다면 나에게 말을 해라.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당시 회의에 참여한 일부 팀장은 직위가 해제되거나 퇴사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4일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한성숙 대표가 참석한 회의에서 한 직원이 임원 A 씨를 지목해 책임리더 선임의 정당성을 묻기도 했다.
하지만 인사 담당 직원은 "책임리더의 소양에 대해 경영 리더와 인사위원회가 검증하고 있으며 더욱 각별하게 선발하고 있다"는 형식적인 답변만 내놨다.
노조는 네이버가 진상조사를 맡긴 리스크관리위원회를 신뢰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에 특별근로감독을 신청했다.
또 추가적인 자체 조사를 진행하기 위해 회사 측에 고인과 임원 A 씨의 사내 메신저 기록, 2019년 1월 이후 퇴사한 직원들의 면담 이력 등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네이버는 약속한 조사를 신속히 진행하고, 그 과정을 노조에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네이버 관계자는 본지에 "이번 사안에 대한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사실 확인에 필요한 모든 지원을 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리스크관리위원회에서 진행하는 조사의 전 과정에 대해서도 노사협의회(NVO)와 투명하게 공유할 것이며, 조사 결과에 따른 결정을 기다릴 것이다"고 했다.
경기 분당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오후 1시께 한 40대 네이버 직원이 본사 근처인 성남시 분당구 소재 자택 근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서 그가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내용의 메모가 발견됐다.
사건 발생 3일 뒤 한성숙 대표는 임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동료를 잃어 애통하다"며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 이어 이달 1일 네이버 리스크관리위원회는 이번 직장 내 괴롭힘 사건과 연관된 최인혁 COO와 임원 A 씨 등의 직무정지를 결정했다.
정길준 기자 jeong.kiljhun@joogn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