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도 매우 무거운 '추'가 있다. 서튼 감독 체제에서 가장 좋은 분위기를 타고 있는 롯데. 추재현(22)은 활력소다.
추재현이 묵직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지난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주중 3연전 1차전에서 1번 타자·좌익수로 선발 출장, 6타수 4안타(1홈런)·4타점·4득점을 기록하며 롯데의 18-9, 9점 차 대승을 이끌었다. '한 경기 4안타'는 바로 전 출전인 6일 KT전에 이어 두 번째 기록. 시즌 타율은 0.321까지 끌어올렸다.
첫 타석부터 매섭게 돌렸다. 1회 말 두산 선발 투수 박정수의 시속 130㎞ 체인지업을 공략, 우중간 담장 상단을 직격하는 2루타를 때려냈다. 선두 타자로 나서 상대 선발 투수의 기세를 꺾었다. 롯데는 후속 손아섭, 전준우가 연속 안타를 치며 추재현을 불러들였다. 이어진 공격 기회에서도 정훈의 적시타와 딕슨 마차도의 희생플라이로 2점을 더 추가했다.
첫 번째 승부처에서는 최선의 결과를 냈다. 3-3으로 맞선 4회 말, 두산 야수진이 어수선한 수비로 위기를 자초하며 롯데가 2점을 더 달아났다. 추재현은 2사 3루에서 세 번째 타석에 나섰다. 박정수의 시속 142㎞ 포심 패스트볼을 공략, 우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 홈런으로 연결시켰다.
지난달 30일 사직 NC전에서 데뷔 첫 홈런을 친 추재현은 이튿날(6월 1일) 고척 키움전에서 연속 경기 홈런을 완성했다. 두산전에서 1개를 더 추가, 최근 8경기에서 3홈런을 치는 괴력을 보여줬다. 이 홈런이 나온 순간 추재현은 홈 더그아웃을 향해 포효하며 화끈한 세레모니를 보여줬다. 현재 선수의 기세를 가늠할 수 있는 장면.
추재현은 이 경기 두 번째 승부처이자 전세가 판가름난 5회 공격에서도 한몫했다. 지시완이 만루에서 좌전 2타점 2루타를 치며 9-3으로 달아난 상황에서 네 번째 타석에 나섰고, 두산 두 번째 투수 조제영으로부터 중전 안타를 치며 주자 2명을 더 불러들였다. 2루타-홈런-단타를 만든 순간. 히트 포 더 사이클까지 3루타만 남겨두게 됐다.
7회 말 다섯 번째 타석에서도 안타를 쳤다. 선두 타자로 나서 상대 투수 고봉재로부터 내야 안타를 만들었다. 3루타는 없었다. 그러나 한 경기 4안타를 완성한 순간이다. 롯데는 추재현이 선두 타자 출루를 해내고, 김재유와 전준우가 안타를 치며 만든 만루 기회에서 정훈이 그랜드슬램을 쏘아 올리며 다시 4점을 달아났다. 18-4. 불펜진이 두산의 추격을 막아내며 18-9로 승리했다.
롯데는 지난주 4승2패를 기록했다. 서튼 감독 부임 뒤 주간 최고 성적이다. 3승3패가 될 뻔했던 상황에서 승률 앞자리를 바꾼 것도 추재현 덕분이다. 롯데는 지난 6일 수원 KT전에서 2-7로 뒤진 9회 초 5득점 하며 동점을 만들었고, 추재현은 연장 10회 초 선두 타자로 나서 KT 투수 이보근으로부터 좌중간 2루타를 때려내며 역전 기회를 열었다. 전준우가 좌전 안타를 치며 추재현을 3루로 보냈고, 정훈이 좌전 적시타를 치며 8-7로 앞섰다. 마무리 투수 김원중이 10회 말를 실점 없이 막아내며 승리했다.
추재현은 KT전에서도 4안타를 쳤다. 커리어 한 경기 최다 안타. 그리고 그 기록을 8일 두산전에서도 한 번 더 기록했다.
추재현은 지난해 4월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키움과 롯데 사이 단행된 2대1 트레이드 카드로 쓰였다. 롯데가 내야수 전병우와 좌완 차재용을 키움에 보내고, 그를 데려왔다. 당시에는 키움으로 향한 '전' 롯데 선수들이 주목받았다. 특히 전병우는 키움 이적 뒤 롯데 소속으로 뛸 때보다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추재현은 신일고 시절 '천재' 타자로 주목받았지만, 프로 무대에서의 존재감은 미미했기 때문에 야구팬의 기억에서도 차츰 잊혔다.
그러나 점차 발군의 기량을 드러내며 기회를 늘려갔고, 올 시즌은 개막전부터 선발로 나서며 도약 발판을 만들었다. 5월 초 잠시 퓨처스팀으로 내려갔지만, 서튼 감독이 부임한 뒤 본격적으로 주전급 선수로 도약했다. 5월 29일 NC 더블헤더부터 계속 선발로 나서고 있다. 무명 반란. 이대호와 안치홍이 부상으로 이탈한 롯데에 추재현이라는 활력소가 등장했다.
추재현은 8일 두산전 뒤 "홈런은 운이 좋았다. 사이클링히트는 의식하지 않았다. 3루타를 만들기 위해 의식하고 타격을 하진 않았다. 최근 좋은 타격감은 선배님들 덕분이다. 매 경기에서 '이겨보자'고 파이팅을 불어 넣은 게 힘이 된다. 아직 타석에서 여유가 있는 건 아니지만, 매 타석 최선을 다하고 힜다. 타석에서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갖기 위해 노력했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성민규 롯데 단장은 추재현을 영입한 뒤 "현재보다 미래를 내다본 트레이드"라고 했다. 추재현은 이미 현재다. 인천 야구가 추신수 가세로 들끓고 있다. 부산도 추(CHOO)가 달아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