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신인왕 레이스는 현재 KIA 타이거즈 투수 이의리(19)의 독주 체제다. 새로운 경쟁자가 뛰어들었다. 삼성 라이온즈 좌완 이승현(19)이다.
지난해 삼성은 2021년 신인 1차지명 선수로 이승현을 지명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지옥에 가서라도 데려온다는 '좌완 파이어볼러'기 때문이다. 왼손투수 이승현은 높은 타점에서 최고 시속 150㎞ 강속구를 던진다. 삼성은 우완 원태인-좌완 이승현을 간판으로 키워 장기적인 선발진 구축을 하겠다는 계산을 했다.
이승현의 입단 동기인 이의리, 김진욱(롯데 자이언츠), 장재영(키움 히어로즈) 등은 개막과 동시에 1군 데뷔전을 치렀다. 하지만 이승현은 개막 후에도 1군에 바로 올라오지 않았다. 2군에서 오치아이 에이지 감독의 가르침을 받으며 경험을 쌓았다. 선발 수업과 동시에 불펜에서도 던지면서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해 준비했다. 그러나 팀내 상황이 급변했다. 벤 라이블리가 어깨 통증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좌완 불펜도 부족한 삼성은 이승현을 1군에 불러올렸다. 지난달 14일 1군 데뷔전을 치른 이승현은 기대 이상의 것을 보여주고 있다. 11경기에 등판해 10과 3분의 2이닝 동안 1실점만 했다. 홀드도 2개를 챙겼다.
강한 직구 구위를 앞세워 힘있게 타자와 승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상대가 직구에 대처하면, 회전수가 높은 커브를 섞어 헛스윙을 유도했다. 허삼영 삼성 감독이 강조하는 '탈삼진 능력이 있는 구원투수'에도 딱 맞다. 9이닝당 삼진은 10.45개.
허삼영 감독의 구상에 따르면 2021년엔 '선발투수 이승현'은 보기 힘들 듯하다. 사실 원태인-백정현-최채흥으로 이어지는 국내 선발진이 탄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의 가을야구를 하는 데 있어 핵심 불펜이 될 것은 분명하다.
허삼영 감독은 "장기적으로는 선발로 키울 선수다. 하지만 팀이 좋은 성적을 내고 있고, 좌완 강속구 투수가 없기 때문에 1군에 올렸다. 구위나 구종은 정말 좋은 친구다. 다만 아직 경험이 부족하고,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느냐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투구도 투구지만, 신인다운 패기도 돋보인다. 이승현은 패스트볼 비율이 전체 투구의 67.7%다. 도망가지 않고 당당히 승부하고, 베테랑 포수 강민호도 이를 북돋는다. 한 구단 관계자는 "평소 훈련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혼자서 더 연습하는 스타일"이라고 귀띔했다. 신인 중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장재영은 현재 퓨처스(2군)리그에 머물고 있다. 김진욱도 시즌 초반엔 1군에서 선발로 나섰으나, 2군에 한 차례 다녀오는 등 부침을 겪었다. 이의리(10경기 2승 2패 평균자책점 4.50)만이 선발로 꾸준히 활약 중이다. 구원투수라는 불리함은 있지만 이승현이 지금의 성적을 유지한다면 대항마가 될 수 있다. 김이 샐 뻔 했던 신인왕 경쟁구도에도 활력이 생겼다.
이순철 해설위원(1985년) 이후 신인왕을 배출하지 못한 KIA만큼은 아니지만 삼성도 이승현의 급부상이 반갑다. 삼성의 투수 신인왕은 2005년 오승환이 유일하다. 고졸 투수 출신 신인왕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