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올 시즌을 앞두고 대대적인 리빌딩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 마이너리그 지도자로 잔뼈가 굵은 카를로스 수베로(49) 감독을 영입하면서 “감독의 임기 3년간 새로운 육성 시스템을 정립하겠다”고 자신했다.
정규시즌 개막 후 3개월이 흘렀다. 선수 개개인은 눈에 띄게 성장했다. 만년 유망주에 머물던 투수 김민우가 도쿄올림픽 국가대표로 뽑혔다. 강재민은 0점대 평균자책점을 자랑하는 KBO리그 정상급 불펜 투수가 됐다. 내야수 노시환과 정은원은 지난해보다 월등히 나은 성적으로 나란히 ‘기대주’라는 꼬리표를 뗐다. 2군에서만 잘하던 내야수 박정현, 외야수 유장혁 등도 1군에서 꾸준히 경험을 쌓고 있다.
그러나 한화는 여전히 최하위다. 5일까지 27승 47패로 승패 마진이 ‘-20’에 달한다. 포스트시즌 ‘커트라인’인 5위 NC에 11경기 차로 뒤져 있다. 이달 1일 두산 베어스전까지 10연패도 당했다. 리빌딩도 이기면서 해야 효과적인데, 최근 한화는 너무 많이 졌다.
그래서일까. 선수단 구성에 잇따라 변화를 줬다. 가장 큰 움직임은 외국인 타자 교체다. 지난 4일 라이온 힐리를 웨이버 공시했다. 힐리는 메이저리그(MLB)에서 통산 홈런 69개를 친 거포다. KBO리그 67경기에서는 홈런 7개만 치고 퇴출당했다. 대체 선수로 올해 MLB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10경기를 뛴 에르난 페레스(30)를 영입하는 게 유력하다.
정민철 한화 단장은 “외국인 선수 교체는 팬들께 조금이라도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했다. 그는 “힐리가 좋은 실력으로 우리 팀의 리빌딩 과정에서 ‘코어’ 역할을 해주길 바랐다. 그런데 기대에 못 미쳤다. 그렇다고 여기서 (외국인 타자 효과를) 포기하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 후반기부터는 새로운 선수와 함께 달라진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일주일 간격으로 두 차례 트레이드도 진행했다. 한화는 지난달 25일 삼성 라이온즈에 내야수 오선진(32)을 내주고 오른손 거포 이성곤(29)을 데려왔다. 지난 3일에는 다시 내야수 강경학(29)을 KIA 타이거즈에 보내고 포수 백용환(32)을 영입했다. 정민철 단장은 “오선진과 강경학은 우리 팀에서 출장 기회를 거의 잡지 못했다. 이 선수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면서 팀에 필요한 포지션을 채웠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화는 이성곤이 장거리 타자인 이성열(37)과 노시환(21) 사이에서 연결고리가 돼주길 기대했다. 백용환은 젊은 포수들이 성장하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했다. 정민철 단장은 “포수는 육성에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기존의 최재훈, 이해창 외에 다른 젊은 포수들이 더 성장할 때까지 경쟁 구도를 강화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고 했다.
한화는 더 먼 미래를 보고 과감하게 그라운드를 갈아엎었다. 그러나 ‘지면서 하는’ 리빌딩은 효과가 크지 않다. 정민철 단장은 “힘든 과정을 각오했다. 실제로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몇몇 요소에서 성장세가 눈에 보이는 건 고무적이다. 다만 리빌딩 중이라고 해도 성적이 따라오지 않는 건 단장이 풀어야 할 숙제다. 더 많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