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후보'로 기대받던 오타니 쇼헤이(27·LA 에인절스)가 홈런 더비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오타니는 13일(한국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쿠어스 필드에서 열린 2021 메이저리그(MLB) 올스타전 전야제, 홈런 더비 이벤트에 출전했지만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워싱턴 간판타자 후안 소토와의 대결에서 2차 연장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지만, 승리를 내줬다.
오타니는 전반기 33홈런을 기록하며 MLB 전체 1위를 지켰다. 이번 홈런 더비에서도 1번 시드를 받았다. 그러나 이벤트 승부는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된다. MLB 진출 뒤 처음으로 홈런 더비에 나선 오타니는 다소 헤맸다.
MLB 홈런 더비는 1·2라운드는 3분씩 주어진다. 475피트(약 145m) 대형 홈런을 치면 30초 보너스 타임이 주어진다. 라운드당 최대 보너스 타임은 1분이다. 출전 선수는 처음 주어진 3분 동안 45초 동안 휴식을 신청할 수 있다.
소토는 22개를 때려냈다. 앞서 1라운드를 치른 지난해 더비 디펜딩챔피언 피트 알론소(뉴욕 메츠)는 35개를 쏘아 올렸다. 그와 맞대결한 살바로르 페레스는 27개를 치고도 탈락했다. 소토가 기록한 22개는 평범한 수준. 오타니의 2라운드 진출 가능성도 높아 보였다.
그러나 오타니는 첫 50초 동안 홈런을 1개밖에 때려내지 못했다. 발사각이 대체로 낮았다. 1분 30초가 남은 시점부터 타구가 뻗기 시작했다. 10초 동안 3개를 때려냈다.
첫 번째 휴식은 1분 20초를 남겨두고 나왔다. 담장 밖으로 넘긴 공은 5개. 소토와의 차이는 17개였다. 오타니는 이 상황에서 괴력을 발휘한다. 다시 나선 타석에서 기대한 모습을 보여줬다. 남은 시간 동안 홈런 11개를 추가하며 합계 16개로 정규 타임(3분)을 마쳤다.
타석에서 벗어나자마자 두 손으로 양 무릎을 짚은 오타니. 미소를 지어보였지만 꽤 힘들어야 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기어코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보너스 타임을 소화하며 홈런 6개를 추가 22개 동률을 이뤘다.
연장 승부는 추가 1분이 주어졌다. 소토는 6개를 때려내며 합계 28개를 기록했다. 오타니는 2라운드에 진출할 기회를 잡았다. 첫 40초 동안 6개를 치며 소토를 따라잡았다. 그러나 뒷심이 아쉬웠다. 15초를 남겨두고 시도한 네 차례 스윙 모두 공을 담장 밖으로 보내지 못했다. 다시 동점.
연장 2차전은 두 선수에게 세 번의 스윙 기회가 주어지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시간제한 없이 가장 좋은 공을 타격할 수 있지만, 스윙 한 번으로 승부가 갈릴 수 있었다. 수차례 탈락 위기에서 벗어난 소토는 여유가 있었다. 2차 연장 승부에서 세 차례 스윙을 모두 홈런으로 연결시키며 포효했다. 오타니의 부담이 커진 상황. 드라마는 없었다. 오타니는 첫 스윙에 땅볼을 치고 말았다.
오타니는 웃는 얼굴로 소토와 포옹을 나눴다. '우승 후보'를 무너뜨린 소토는 내셔널리그 올스타 선수들의 격한 환영을 받았다. 2021 MLB 올스타전은 '오타니 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타니는 14일 열리는 올스타전에서 아메리칸리그의 선발 투수·1루수로 출격한다. 홈런 더비는 그 쇼의 전야제 격이었다. 길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