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디지털 화폐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정보통신(IT)의 '양대산맥'인 네이버·카카오와 정면승부를 펼칠 것으로 보여 관심을 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의 IT 계열사인 SK C&C가 라인플러스(네이버), 그라운드X(카카오)와 함께 한국은행이 추진하는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화폐(CBDC) 구축 사업에서 경쟁한다.
12일 CBDC 모의실험 연구 용역사업의 입찰 신청을 마감한 결과, SK C&C가 ‘제로페이’의 운영사 한국간편결제진흥원과 협력해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디지털 화폐는 가상화폐에 대응해 한국은행이 도입하는 미래형 화폐라 볼 수 있다. 디지털 형태로 거래돼 비트코인·이더리움과 같은 가상화폐와 비슷하지만,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고 관리한다는 점이 다르다.
한국은행은 오는 8월부터 가상 공간에서 CBDC의 활용 가능성을 점검할 예정이다. 내달 사업자를 선정해 내년 6월까지 실험을 진행할 계획이고, 용역 사업 예산은 최대 49억6000만원이 잡혔다.
SK C&C는 한때 ‘옥상옥’ 형태로 SK그룹을 지배했다. 이런 지배구조를 해소를 위해 2015년 SK의 통합지주사가 출범했고, SK C&C는 지주사 SK에서 IT 서비스 사업을 펼치고 있다.
기업의 통합시스템을 구축·관리하는 IT 서비스 업계에서 SK C&C는 삼성SDS, LGCNS와 ‘빅3’로 꼽힌다. 이번 입찰에는 SK C&C만이 전면전에 뛰어들었고, 경쟁사인 삼성SDS와 LGCNS는 협력 형태로 참여했다. 디지털 화폐를 미래 산업의 중대한 관점으로 바라보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시선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SK C&C는 디지털 화폐 사업 경험이 없지만 2019년부터 디지털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블록체인과 관련한 플랫폼 기술 개발을 하고 있다. 간편결제 기술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제로페이와 손을 잡은 SK C&C는 이번 입찰을 계기로 미래형 화폐 사업을 본격적으로 펼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 SK C&C는 미래형 화폐뿐 아니라 클라우드·인공지능·블록체인 등을 묶은 통합 솔루션 플랫폼 ‘멀티버스’로 국내외 기업들과 협력하고 있다.
이런 고도화된 IT 서비스는 수소, 바이오 사업군과 함께 SK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히기도 한다. 최태원 회장이 강조하는 지속 가능한 생태계 구축을 위한 딥체인지(근본적 변화) 해법 중 하나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