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우(18·서울체고)는 박태환(32) 이후 잠잠했던 한국 남자 수영에 등장한 무서운 신예다. 그는 도쿄올림픽에서 깜짝 메달을 딸 기대주로 꼽히고 있다.
황선우는 남자 자유형 50m, 100m, 200m와 계영 800m 등 경영 4개 세부 종목에 출전한다. 그의 주 종목은 자유형 200m. 지난 5월 국가대표 선발전 남자 자유형 200m에서 1분44초96으로 주니어 세계 기록을 썼다. 올 시즌 세계 5위에 해당한다. 황선우는 “1분44초대 기록이라면 올림픽 메달이 더는 꿈이 아니다. 메달을 딸 수도 있다”며 기뻐했다. 대한체육회는 도쿄올림픽 개막식 기수로 ‘배구 여제’ 김연경과 황선우를 선정했다.
황선우 앞에는 ‘제2의 박태환’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하지만 2003년생인 그는 박태환에 대해 잘 모른다. 황선우는 “(박태환이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 딴) 2008년 난 다섯 살이어서 잘 기억나지 않는다. 국내 대회에서 태환이 형을 만난 적이 있지만, 깊은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며 겸연쩍어했다.
황선우의 체격(키 186㎝, 몸무게 72㎏)은 박태환(키 183㎝, 몸무게 74㎏)과 비슷하다. 수영 스타일은 다르다. 박태환은 중장거리에 뛰어났지만, 황선우는 단거리를 선호한다. 황선우의 자유형 100m 기록은 48초04다. 국제 메이저 대회에서는 47초대 선수들이 즐비해서 황선우의 기록은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런데도 황선우는 “기록은 자유형 200m가 좋지만, 난 자유형 100m에 대한 애착이 크다. 신체조건이 불리한 아시아 선수들이 단거리에서 빠른 기록을 내기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100m에서 더 잘해야겠다는 오기가 생긴다”고 했다.
또 황선우는 ‘수영 여제’ 케이티 러데키(24·미국) 등 미국 국가대표 선수들이 주로 하는 ‘로핑 영법(loping stroke)’을 구사한다. ‘엇박자 수영’으로 한쪽에 힘을 더 싣는 비대칭 스트로크다. 황선우는 오른쪽 스트로크를 할 때 힘이 더 실린다. 그는 “다섯 살에 수영을 처음 했는데 본능적으로 이런 영법을 썼다”고 설명했다.
황선우는 유튜브에서 수영 영상을 찾아보는 게 취미다. 그는 “쉬는 날에는 하루 종일 수영 동영상만 본다. 특히 미국 수영 선수 케일럽 드레슬을 좋아한다. 올림픽에서 같이 레이스를 펼친다면 엄청난 영광”이라고 했다. 드레슬은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36·미국) 뒤를 이을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2017년과 2019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회 연속 남자부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드레슬은 도쿄올림픽 개인 종목 자유형 50m와 100m, 접영 100m에 출전한다.
황선우는 “난 운동 신경이 뛰어난 편이 아니다. 축구도, 달리기도 못 한다. 수영을 위해 타고난 재능도 거의 없다. 힘이 부족하고, 폐활량도 크지 않다. 평영은 정말 못한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기록이 점점 빨라지는 이유는 뭘까. 그는 “10년 넘게 수영하는 동안 슬럼프가 없었다. 매일 반복하는 훈련이 난 재미있다. 코로나19로 지난해 훈련을 제대로 못 해 답답했을 정도”라고 했다.
진천선수촌에서 훈련 중인 황선우는 “현재 컨디션은 70% 정도 올라왔다. 페이스를 끌어올리는 훈련을 많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올림픽이 큰 무대여서 많이 떨린다. 열심히 준비한 만큼 최선을 다해서 후회 없는 경기를 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황선우는 오는 19일 일본으로 출국한다. 남자 자유형 100m 예선은 25일, 200m 예선은 27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