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오너들이 23일 막이 오르는 도쿄올림픽에 선수 또는 협회장 자격으로 참가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회가 1년 연기된 데다 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열기가 예전 같지 않다. 그러나 체육계 인사이자 후원사로 지속적인 활동을 해온 만큼 차분하게 준비하고 있다.
‘남다른 승마사랑’ 한화 3남 김동선 2연속 출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남 김동선 한화호텔앤리조트 상무가 한국 승마 대표로 출전한다. 김동선 상무는 24일 도쿄 마사공원에서 시작되는 마장마술 개인전에 나간다. 지난 19일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일본에 도착해 승마 연습을 하는 장면을 공개하기도 했다.
김 상무는 코로나19로 올림픽이 1년 연기된 수혜를 봤다. 원래 마장마술 개인전은 황영식이 출전권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국제승마연맹(FEI)의 출전 규정 변화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황영식의 출전권이 날아갔다. 이와 달리 지난 2월과 4월에 미국에서 열린 국제대회에 참가하며 FEI가 요구하는 올림픽 출전 자격에 부합하는 점수를 획득한 김 상무가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국가대표 자격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대한승마협회의 규정과 별개로 폭행 전력이 있는 김 상무의 올림픽 출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김 상무는 지난 2017년 1월 주점 종업원 폭행 사건으로 구속기소 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해 9월에는 만취해 대형 로펌 변호사들에게 폭력을 행사해 물의를 빚었다. 2019년 승마 선수 활동을 재개했지만 폭행 사건 처벌 전력으로 국가대표 결격 사유(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 기간이 끝난 날부터 2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에 걸려 도쿄 올림픽 출전이 불가능했다.
김 상무의 승마에 대한 열정은 그 누구 못지않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최연소 태극마크를 달았던 그는 “죽을 때까지 선수를 하면서 올림픽 메달을 따는 것이 목표”라고 누누이 밝혀왔다. 그는 2006 도하, 2010 광저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마장마술 단체전 금메달, 인천 아시안게임 개인전 은메달을 획득하는 등 출중한 기량을 갖고 있다. 처음 참가한 올림픽이었던 2016년 리우 대회 때는 1차 예선 이후 조모상으로 중도 귀국한 바 있다.
김승연 회장도 적극적으로 3남을 응원하고 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 김 회장은 직접 승마 경기장을 찾아 아들을 응원했고, 단체전 금메달, 개인전 은메달 획득에 흐뭇한 미소를 짓기도 했다.
김 상무는 5월부터 한화호텔앤리조트 상무로 옮겼지만 승마를 비롯한 한화그룹의 레저 사업을 전담하고 있다. 그는 한국학생승마협회장으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현대가’ 정의선 3회 연속, 정몽규 대한체육회 부회장
현대가의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은 협회장 자격으로 올림픽에 모습을 드러낸다. 둘은 2016년 리우 올림픽 때도 함께 양궁 경기를 관람하는 등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정의선 회장은 2005년부터 16년째 대한양궁협회장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아버지 정몽구 명예회장이 16년간 맡았던 자리를 아들인 정의선 회장이 이어받는 등 2대째 ‘양궁 사랑’을 뽐내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24일 도쿄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리는 양궁 혼성 단체전에서 양궁 대표팀을 격려할 예정이고, 이날 한국 대표팀의 첫 올림픽 금메달이 점쳐지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2012년 런던 올림픽을 시작으로 3회 연속으로 올림픽에 참여하고 있다. 2012년 당시 양궁 2관왕을 차지했던 기보배가 정의선 회장과 기쁨의 포옹을 나누는 장면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2016년 리우 대회 때는 선수단의 안전과 심리적 안정을 위해 방탄차량을 제공하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몽규 회장은 지난 4월 대한체육회 부회장을 맡았다. 그는 리우 올림픽 때는 선수단 단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당시 “영국과 일본이 약진했는데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도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투자 지원책을 마련하고 과학적인 훈련 및 새로운 전략 도입, 우리 체질에 맞는 선택과 집중, 해외 사례 벤치마킹 등에 힘써야 할 것"이라며 ‘올림픽 백서’를 별도로 내놓기도 했다.
정몽규 회장은 2013년부터 대한축구협회장을 맡고 있다. 대한축구협회장 3선을 할 정도로 축구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1994년 울산현대 호랑이 축구단의 구단주로 축구와 인연을 맺었고, 2011년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를 거쳐 대한축구협회장을 맡으며 ‘축구 사랑’을 보여주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대한핸드볼협회장 자격으로 도쿄 방문을 검토했지만,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비경기의 AD카드 발급을 제한하는 등 일정이 맞지 않아 참여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최태원 회장은 핸드볼 대표팀의 사기 진작을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의 포상금을 내걸었다.
대한핸드볼협회는 21일 “여자 대표팀 사기 진작과 동기 부여를 위해 금메달 1억원, 은메달 5000만원, 동메달 3000만원, 4위 1000만원을 1인당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금메달 획득 시 선수들에게만 15억원이 주어지고, 감독·코치 등의 포상금을 더하면 총 22억원이 선수단에 전달된다.
최태원 회장은 2019년에 여자 대표팀이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확정했을 때도 선수 1명에 1000만원씩 포상금을 지급하는 등 지극한 사랑을 보여주고 있다. 2018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당시 남녀 대표팀에 총 2억8000만원 규모의 포상금을 지급했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와 문재인 대통령의 방일 무산으로 분위기가 무거운 게 사실이다"며 "하지만 대기업 총수들이 오랫동안 애정을 갖고 협회장직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올림픽 때는 '체육인'으로서 물밑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