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대표팀 첫 4번 타자 출격. 마침 생일도 맞이했다. 아쉬움은 남았다. 4번 타자 계보를 이어준 강백호(22) 얘기다.
강백호는 29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이스라엘과의 도쿄올림픽 조별리그 B조 1차전에 4번·지명 타자로 선발 출전, 안타 없이 3타수 무안타로 물러났다.
2사 2루에서 나선 1회 말 첫 타석에서는 이스라엘 좌완 투수 제이크 피시먼을 상대로 유격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스트라이크존에 들어간 포심 패스트볼 2개를 지켜본 뒤 슬라이더에 빗맞은 타구를 쳤다.
한국이 0-2로 뒤진 4회 말도 선두 타자로 나섰지만 내야 땅볼로 물러났다. 7회 세 번째 타석은 2-4로 지고 있던 한국이 이정후와 김현수가 백투백 홈런을 치며 동점을 만들어 기세가 오른 상황에서 나섰다. 호쾌한 스윙을 돌려봤지만, 정타가 나오지 않았다. 커브에 삼진을 당하고 말았다.
5-4로 앞선 한국은 9회 말 나선 오승환이 라이언 라반웨이에게 우중간 솔로 홈런을 맞고 동점을 허용했다. 강백호는 5-5 동점에서 나선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신중한 승부로 볼넷을 얻어내며 끝내기 주자로 나섰다.
잘했다. 그러나 누상 주자로는 과욕을 부렸다. 이스라엘 투수 조쉬 자이드와 한국 타자 오재일이 치열하게 승부하던 상황에서 원 바운드 공이 나왔는데, 공이 멀리 흐르지 않았는데도 2루 진루를 시도하다가 횡사했다. 더그아웃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한국은 이겼다. 승부치기에 돌입한 연장 10회 초, 오승환이 무실점으로 무사 1·2루 위기를 넘기며 앞선 피홈런을 만회했다. 타선은 10회 말 2사 2·3루에서 허경민과 양의지가 연속 사구를 얻어냈다.
안타는 치지 못했지만, 볼넷을 얻어내며 팀 공격에 기여했다. 주루는 다소 아쉬웠다. 강백호는 소속팀 KT에서도 한동안 4번 타자 무게감에 시달렸다. 이번에는 이승엽, 이대호, 박병호 등 한국 야구에 족적을 남긴 선수들의 뒤를 잇고 있다. 어깨가 무겁다.
이스라엘전은 웃지 못했다. 미국전은 다를까. 국가대표팀 '4번 타자' 강백호의 레이스가 이제 막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