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한국 재벌의 지형도를 뒤바꿨다. 재벌 총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제치고 한국 최고 부자에 등극하면서 ‘흙수저’의 성공신화에 정점을 찍었다. 이미 전 세계 재벌 구도를 뒤바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립자처럼 자수성가의 대표적인 부호로 떠오르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김범수 의장은 재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스타다. 카카오는 결제·금융·게임 등 다양한 기업공개(IPO)로 사업의 확장성을 넓히고 있다. 모바일 은행 계열사인 카카오뱅크는 6일 코스피 시장에 입성했다. 카카오뱅크는 일반 공모주 청약에서 증거금이 58조원 이상이 모일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지난달 공개된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김범수 의장은 134억 달러(약 15조4000억원)의 순자산으로 121억 달러(약 13조9000억원)의 이재용 부회장을 따돌리고 국내 1위에 등극했다. 김 의장은 카카오 주가의 고공행진에 힘입어 올해만 60억 달러(약 6조9000억원) 이상의 재산을 불린 것으로 집계됐다. 카카오 주가는 올해만 91% 급등했다.
한국CXO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2분기까지 김범수 의장의 지분가치는 9조6400억원까지 증가했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는 비상장사 주식 현황까지 포함한 것으로 보인다. 비상장사 계열사인 케이큐브홀딩스는 카카오 지분을 10% 이상 보유하고 있다. 이로 인해 김범수 의장의 자산가치는 15조원 이상으로 불어났다.
블룸버그 통신 등 세계는 수십 년 동안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그룹의 오너가가 한국경제를 지배해왔는데 김범수 의장이 부자 랭킹에서 재벌 총수들을 모두 따돌린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김범수 의장의 성공스토리는 ‘흙수저’도 최고 부호가 될 수 있다는 희망가를 노래하고 있다. 그는 어린 시절 여덟 가족이 단칸방에 살았을 정도로 가난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한게임'을 창업한 그는 지난 2006년 카카오의 전신 '아이위랩'을 세우고 4년 뒤 카카오톡 메신저를 출시해 성공시대를 활짝 열었다.
모바일 메신저를 넘어 결제·금융·게임·차량 호출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힌 카카오는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비대면 서비스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데 힘입어 주가를 크게 끌어올렸다. 카카오의 시가총액은 한국 증시에 상장된 기업 중 네 번째로 많다. 블룸버그는 “김 의장의 재산이 더 크게 불어난 것은 카카오 자회사들의 잇따른 IPO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카카오뱅크에 이어 카카오페이와 카카오재팬 등도 IPO 작업을 진행 중이다. 또 카카오는 올해 5~7월 3개월 동안 대기업집단 중 계열사가 가장 많이 늘어난 기업으로 조사됐다. 카카오는 안테나, 예원북스, 스튜디오하바나, 엔플라이스튜디오, 파이디지털헬스케어 등을 계열사로 추가했다.
김범수 의장은 ‘금수저’의 대물림이 아닌 자수성가의 아이콘이 되고 있다. 빌 게이츠와 제프 베이조스처럼 3·4차 산업 먹거리인 IT와 전자상거래 시장을 접수하며 자수성가한 것처럼 김범수 의장도 새로운 영역과 사업을 통해 최고 부호 타이틀을 획득했다.
여기에 김범수 의장은 국내 대기업 재벌과는 다르게 재산 절반을 기부하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있다. 그는 자발적인 기부 운동인 ‘더기빙플레지’에 참여해 재산 절반 이상을 기부하기로 서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