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함락한 아프가니스탄이 영화 ‘모가디슈’와 데자뷔가 느껴지는 건 비단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겠다.
영화 ‘모가디슈’의 30년 전 실화가 현재에 벌어지고 있다.
미군이 아프가니스탄 내 전원 철수하고, 수도 카불을 비롯한 전역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탈레반의 횡포를 피해 조국을 탈출하려는 이들로 연일 시끄럽다. 주아프간 한국 대사관도 15일 잠정 폐쇄 결정 후 대다수 공관 직원들과 재외국민들이 현지를 떠났다.
탈레반이 정권을 장악해 죄 없는 시민들을 탄압하는 공포의 현장은 지난달 28일 개봉한 영화 ‘모가디슈’의 장면과 똑같다.
‘모가디슈’는 1991년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 내전으로 인해 고립된 사람들의 생사를 건 탈출을 그린 실화 바탕의 영화다. 남북한 대사관의 협력, 목숨을 건 탈출 등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흥행몰이 중이다. 17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오전 9시 기준) ‘모가디슈’는 누적관객 244만여 명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시국 속 어렵사리 극장 개봉한 ‘모가디슈’를 관람하기 위한 관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천만감독 류승완의 연출, 배우 김윤석, 조인성, 허준호, 정만식 등의 열연, 스펙타클한 영상미가 하모니를 이루며 불 꺼진 극장가에 모처럼 환한 빛을 내고 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모가디슈’가 막을 올리자 아프가니스탄 사태가 터지면서 영화와 현실이 오버랩되는 현상이 일어났다.
소말리아 내전 발발 후 30년이 지나 영화화된 이야기가 다시 발생했다는 사실은 씁쓸하고도 안타깝다. ‘모가디슈’는 1991년 소말리아 내전은 물론,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아프가니스탄의 비극을 관객에게 간접적으로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