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23일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한화와 함께 1차 지명 대상자를 발표하지 않았다. 이는 연고 지역(대구, 경북, 강원 영동)이 아닌 전국 학교를 대상으로 1차 지명 권리를 행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2019년 4월 한국야구위원회(KBO) 제4차 이사회에선 전년도 성적이 8~10위인 구단에 일종의 '혜택'을 줬다. 하위 세 구단은 다른 구단처럼 연고 지역에서 1차 지명 권리를 행사할 수 있고 마땅한 대상자가 없다면 상위 7개 구단의 1차 지명이 끝난 뒤 전국 학교를 대상으로 선수를 선발할 수 있다. 올해 1차 지명에선 지난해 8~10위 구단인 삼성-SSG-한화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한화는 KIA의 1차 지명을 받지 못한 투수 문동주(광주진흥고)에게 1차 지명 권리를 사용할 게 유력하다. 만약 연고 지역에 1차 지명 대상자가 있다면 굳이 전국 지명을 할 필요가 없다. SSG는 23일 지역 팜 투수 윤태현(인천고)을 1차 지명했다. 하지만 삼성은 오는 30일 한화와 함께 전국 학교를 대상으로 1차 지명을 확정할 가능성이 크다.
프로야구 스카우트 사이에선 "삼성이 1차 지명으로 서울고 유격수 이재현을 선택할 거"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재현은 올 시즌 고교리그 22경기에 출전해 타율 0.373(83타수 31안타)를 기록했다. 최근 막을 내린 제55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서울고를 준결승으로 이끈 주역이다.
A 구단 스카우트는 "올해 드래프트에 나오는 유격수 중에선 김도영(광주동성고·KIA 1차 지명)에 이어 재능이 좋다. 김영웅(물금고)과 함께 유격수 '넘버 투' 자리를 다툰다. 타격도 준수하고 성향도 괜찮다"고 말했다. B 구단 단장은 "삼성이 이재현을 찍을 거로 예상한다. 팀에 유격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미 몇몇 구단은 이재현의 삼성행을 염두에 두고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략을 짜고 있다.
삼성이 1차 지명 권리를 연고 지역에 사용하지 않는 건 복합적인 문제다. 우선 주력 팜이 몰려있는 대구, 경북 지역 고등학교의 올해 전국 대회 성적이 신통치 않다. '전통의 강호' 경북고는 지난 6월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1회전 탈락했다. 연고 지역에 수준급 유망주도 있지만, 학교 폭력을 비롯한 야구 외적 변수가 터졌다.
최근 프로야구는 중·고등학교 시절 저지른 학교 폭력에 민감한 상황. 지난해에는 NC가 같은 문제로 1차 지명 투수 김유성(김해고 졸업)의 계약을 포기하기도 했다. B 구단 스카우트는 "피해자와 합의를 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워낙 민감한 부분이라서 지명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은 장고에 들어갔다. 외부적으로 1차 지명 관련해 함구하고 있다. 홍준학 삼성 단장은 "(연고 지역이 아닌) 전국 지명이 가능하니까 후보는 5명 안팎이다. 투수가 나을지 야수가 나을지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