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FC는 지난 2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수원 삼성을 3-0으로 완파했다. 승격팀인데 K리그1 3위(10승 7무 9패·승점 37)다. 최근 9경기에서 6승 2무 1패를 쓸어 담았다. 그 기간에 선두 울산 현대(5-2승), 2위 전북 현대(1-0승)도 잡았다.
수원FC는 3월 중순부터 5월초까지 11위와 꼴찌(12위)를 오갔다. 올 시즌 새롭게 19명을 영입했는데 손발이 잘 맞지 않았고, 수차례 오심 피해도 봤다. 그러나 5월 중순부터 쭉쭉 치고 올라왔다.
김도균 감독은 26일 전화 인터뷰에서 “포백을 스리백으로 바꾼 게 주효했다. 수비 안정을 위한 결정이었는데, 오히려 공격도 조직력도 살아났다. 공격 전개가 빨라지고, 패스 질도 좋아졌다. 박주호를 중앙 미드필더로 돌린 게 신의 한수였다. 경기 밸런스를 잡아준다”고 했다. 3-4-1-2 포메이션으로, 김건웅이 중앙 수비로 한 칸 내려가고, 박주호가 측면 수비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옮기고, 투톱으로 라스와 양동현이 나서는 형태다.
25일 수원 삼성 선수 한 명이 퇴장 당하자, 김 감독은 4-3-3 포메이션으로 변경했다. 박주호와 이영재를 공격적으로 올려, 3골 차 대승을 이뤄냈다.
김 감독의 가장 큰 장점은 이런 ‘유연함’이다. 김 감독과 김호곤 단장은 ‘케미스트리’가 좋다. 김 감독은 “경험이 많은 단장님이 진짜 든든한 조력자다. 프로 감독 2년 차인 내가 캐치 못한 부분을 짚어준다. 서로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는데, 동계 훈련 때 ‘꼭 포백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말씀해주셨다”고 했다. 김 감독은 “원래 고집이 안 세다. 늘 열린 마음으로 주변 사람들 의견을 들으려 한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선수단 분위기도 좋다. 공격수 양동현이 21일 제주 유나이티드전에서 자신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라스에게 양보했다. 김 감독은 “원래 연습 때는 양동현이 페널티킥 1번 키커다. 동현이가 희생하니 팀 분위기도 살고 라스도 살았다”고 했다.
김 감독은 밑바닥부터 올라온 지도자다. 김 감독은 “난 선수 때 전성기가 없었다”고 했지만, 2000년대 초반 그는 올림픽팀과 A팀을 오가며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했다. 이동국과 함께 ‘꽃미남’으로 불렸다. 그러나 무릎 수술 여파로 2006년에 29세 나이로 은퇴했다.
이후 2007년부터 서남대 코치, 2010년부터 울산 현대중 감독, 2014년부터 울산 현대 코치, 2017년부터 울산 현대 유스 총괄부장을 거쳤다. 지난해 수원FC 지휘봉을 잡고 1부 승격을 이뤄냈다.
김 감독은 “2014년부터 일찌감치 P급 지도자 자격증(최고 등급)을 준비했다. 유스 총괄 시절 외부에서 경기를 보며 시야가 넓어졌다. 내가 감독이 되면 어떤 축구를 해야겠다고 생각해왔다”고 했다. 김 감독은 원정 경기를 떠날 때 항상 65인치 대형 TV를 가져간다. 전반전이 끝나면 실시간으로 중요한 장면을 뽑아, 라커룸에서 보여주며 전술 변화를 준다.
김 감독이 개막 전에 “목표가 상위 스플릿 진입(6위 이내)”이라고 밝히자, 비웃는 사람들도 있었다. 김 감독은 “초반에 나락으로 떨어졌을 때 강등을 걱정했다. 지금은 누구와 붙어도 쉽게 지지 않는 팀이 됐다. 남은 7경기를 통해 상위 스플릿에 가고 싶다. 작년에 K리그2 2위를 하겠다고 했는데 2위를 했다. 이번에도 말한 대로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