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 중인 SBS 월화극 ‘홍천기’가 색다른 볼거리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9월 13, 14일 방송된 5, 6회에서는 신령한 화공 김유정(홍천기)이 참가한 ‘매죽헌 화회’가 개최됐다. 경연이 주는 긴장감과 함께, 그림 고수들이 그리는 아름다운 동양화 향연은 드라마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특별한 볼거리를 선사하며 몰입도를 높였다.
‘홍천기’는 그림 안에 스토리를 절절히 녹여내고 영상미를 가미해 시청자들을 빠져들게 했다. 뛰어난 그림 실력을 자랑하는 김유정은 안효섭(하람)과의 아련한 복사꽃밭 추억, 앞을 보지 못했다가 눈을 뜨게 된 어린 시절 사연, 화제(그림의 주제)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내 파격적인 그림들을 그렸다.
매죽(매화와 대나무를 소재로 그린 그림), 산수(자연의 경치를 그린 그림) 등의 그림 종류가 나왔고, 심이 없는 장봉대필(붓대가 길고 굵은 붓)로 기름을 먹인 종이에 그림을 그려야 하는 미션도 주어졌다. 한시로 주어지는 경연 주제는 상상력이 발휘된 그림으로 완성됐다. 그림 대결과 감상을 통해 전해지는 그림의 묘미는 색다른 재미를 안겼다.
김유정이 그림을 그리는 과정은 장태유 감독의 연출로 더 생생하게 펼쳐졌다. 장태유 감독은 김유정의 생각을 영상으로 구현하고 그림으로 풀어내며 황홀함을 선사했다. 그림을 그리는 과정과 감상을 나누는 장면이 지루함이 없게, CG를 적절히 활용해 시청자들을 그림의 이야기에 몰입하게 했다.
무엇보다 완성도 높은 그림 뒤에는 이를 실제로 그린 화가들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안국주 작가를 중심으로 한 전문 화가들이 모든 작품에 각각 특기를 살려 참여했다. 각 작품당 많게는 12명, 적게는 3~4명의 작가가 힘을 모아 작업을 했다. 산수화 같은 경우에는 해당 그림과 유사한 실제 자연을 찾아 분석해 스케치부터 시작, 실제 자연의 형태에 맞는 기법을 연마 후 그림에 적용했다. 대본 속 그림들의 숨겨진 면모를 구석구석 찾아 모든 그림에 충실히 적용하려 노력했다.
김유정을 포함한 배우들은 작품 시작 전부터 한국화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을 받았다. 사군자부터 시작해 각 배역의 특징에 따른 개별 필법 교육, 채색 재료와 사용 방법, 간단한 작품 제작 등의 과정을 거쳤다. 전문가의 손을 빌리는 장면도 있지만, 이러한 과정을 거쳤기에 배우들이 그림 그리는 장면을 실감나게 연기할 수 있었다.
특히 김유정은 천재 화공 역할을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메이킹 영상을 통해 김유정이 실제 그린 그림들과 전문가도 칭찬한 실력이 공개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