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치어리더의 역사는 프로야구 역사보다 더 길다. 실업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1975년 창단할 당시 응원단 '롯데 엔젤스'를 만든 게 최초의 치어리더 팀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롯데 엔젤스는 현재의 치어리더와 달리 '고적대'와 비슷한 구성이었다. 프로야구 초창기에도 '치어 걸'은 있었다. 하지만 대학 응원단 출신이나 춤을 잘 추는 그룹사 직원들이 파트타임으로 참여하는 수준이었다.
치어리더들이 본격적으로 활약하기 시작한 건 1990년대다. 야구장에서 팀을 상징하는 유니폼을 갖춰 입은 치어리더들이 응원단장과 함께 관중 응원을 이끌었다. 1997년 프로농구가 출범한 뒤엔 실내 코트에서 미국프로농구(NBA)처럼 화려한 율동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1998년 프로농구 오리온스에서 치어리더를 시작한 노숙희 팀장은 "프로농구 출범 이후 치어리더들도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했다. 자연스럽게 '유명 치어리더'도 등장했다. 고지선(SK), 송주현(LG), 박채경(삼성) 치어리더는 수천명이 넘는 팬카페 회원이 생겼다.
치어리더들이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누린 건 2010년대부터다.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08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프로야구 인기가 높아졌고, 자연스럽게 치어리더들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2세대 치어리더 대표 주자는 단연 박기량(30)과 김연정(31)이다. 2007년 치어리더를 시작한 박기량은 큰 키와 춤 실력, 높은 인지도를 얻어 '스타 치어리더'로 떠올랐다. 현재 소속사 RS ENT 팀장인 그는 무려 13년째 롯데 자이언츠를 응원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 치어리더를 시작한 '경성대 전지현'으로 유명해진 김연정이 롯데에 합류한 2012년부터는 인기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팬들은 2013년 데뷔한 이수진 치어리더까지 세 사람을 묶어 '야구장 3대 여신' 혹은 '치어리대 3대장'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들은 야구장 밖으로 나가 방송 출연, 광고 모델 등 연예계로 활동 범위를 넓혔다.
최근엔 '신(新) 3대 여신'도 등장했다. 안지현(롯데), 서현숙(두산), 김진아(KT)가 주인공이다. 이들은 '사진 기사'와 '직캠(직접 촬영한 영상)'이 인기를 누리면서 지명도가 높아진 케이스다. 세 사람 외에도 이나경, 김한나, 박현영 등 유명 치어리더들이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