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KBO리그에선 쿠바 출신 외국인 선수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그 주인공은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34·KT)와 아리엘 미란다(32) 그리고 호세 페르난데스(33·이상 두산)다.
데스파이네와 미란다는 쿠바 수도 아바나, 페르난데스는 아바나에서 동쪽으로 290㎞ 떨어진 산타클라라 태생이다. 셋 모두 쿠바 자국리그를 거쳐 미국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했고 이후 각기 다른 시점 KBO리그에 둥지를 틀었다.
KBO리그 2년차 데스파이네는 안정감이 강점이다. 올 시즌 27경기에 등판해 10승 8패 평균자책점 3.13을 기록했다.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18회로 팀 동료 고영표와 함께 리그 공동 1위. 지난 19일 창원 NC전에선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달성했다. 시속 150㎞가 넘는 빠른 공에 다양한 변화구를 섞는 '팔색조'다. 지난해(15승 8패 평균자책점 4.33)보다 더 안정된 모습으로 KT 선두 질주에 힘을 보탠다.
미란다와 페르난데스는 '효자 외인'이다. 올 시즌 KBO리그에 첫선을 보인 미란다는 23경기에 등판해 12승 5패 평균자책점 2.45를 기록, 리그 다승 공동 4위, 평균자책점 1위다. '왼손 파이어볼러'인 그의 진가가 드러나는 건 탈삼진. 185개를 잡아내 2위 라이언 카펜터(한화·149개)를 크게 앞섰다. 지난 25일 잠실 한화전에선 6이닝 동안 삼진 13개를 뽑아냈다.
KBO리그 3년 차인 페르난데스는 꾸준하다. 올 시즌 111경기에서 타율 0.319(427타수 136안타)를 기록해 리그 타격 7위다. KBO리그 통산 타율이 0.336, 통산 출루율도 0.403으로 높다. 최근 10경기 타율이 0.405(42타수 17안타). 두산은 이 기간 7승(1무 2패)을 쓸어담아 4위로 도약했다. 극단적인 풀 히터라 수비 시프트에 잘 걸린다. 주력이 빠르지 않아 병살타가 리그 1위. 영양가 논란에 시달리기도 하지만 타격 정확도와 선구안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KBO리그에 1998년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된 후 첫 쿠바 출신 선수는 2010년 프란시슬리 부에노(전 한화·아바나 태생)였다. 이후 유니에스키 마야(전 두산·피나르 델 리오 태생), 아도니스 가르시아(전 LG·시에고 데 아빌라 태생) 등이 쿠바 출신이었다. 올해처럼 비슷한 시기 3명의 쿠바 출신이 활약하는 건 이례적이다. 더 유입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겨울 수도권 C 구단에서 워싱턴 소속 타자 야디엘 에르난데스 영입을 추진했다. 에르난데스는 쿠바 마탄사스 태생. 워싱턴에서 선수를 풀어주지 않아 계약이 불발됐지만, 여전히 KBO리그 영입 후보다.
A 구단 외국인 스카우트는 "쿠바 출신은 해외리그를 많이 뛴 케이스가 대부분이라서 어디를 가더라도 적응력이 엄청 빠르다"며 "도와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많지 않다. 평균은 한다"고 말했다. B 구단 외국인 스카우트는 "외국인 선수는 적응이 가장 중요하다. 쿠바 선수들은 특유의 활발한 성격으로 동료들과 잘 어울린다"며 "기술적으로 뛰어나고 자신만의 루틴이 있어서 국내 선수들이 배울 점도 많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