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타격 타이틀 경쟁이 뜨겁다. 치열한 5위 경쟁과 맞물려 거의 전 부문에서 춘추전국시대를 이루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매년 타격 8개 부문(타율·홈런·타점·도루·득점·안타·출루율·장타율) 1위를 공식 시상한다. 4일 기준으로 한 부문 이상 선두를 달리는 선수는 총 9명. 홈런과 타점에서는 2명이 공동 1위에 올라 있다. 프로야구 출범 후 처음으로 타격 전 부문에서 각기 다른 선수가 타이틀을 가져가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가장 관심을 끄는 타이틀은 ‘야구 천재’가 맞붙은 타율 1위 경쟁이다.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23)와 KT 위즈 강백호(22)의 진검승부로 압축된 모양새다.
강백호는 시즌 중반까지 무섭게 달렸다. KT의 선두 질주를 앞장서 이끌면서 5월까지 4할 타율을 유지했다. 도쿄올림픽을 전후로 페이스가 떨어졌고, 지난달 월간 타율 0.250로 주춤한 게 옥에 티. 그래도 여전히 타율 0.357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13타수 6안타(타율 0.462)를 몰아치며 1위 수성에 나섰다.
이정후도 저력을 보여줬다. 개막 첫 달 타율 0.269로 느리게 출발했지만, 5월 타율 0.451로 금세 날아올랐다. 올림픽 전후인 7~8월에도 12경기 타율 0.405로 좋은 타격감을 유지했다. 부상으로 한 달가량 이탈하면서 위기를 맞았지만, 지난달 10일 복귀 후 월간 타율 0.433 맹타를 휘둘렀다. 타율도 다시 0.355로 끌어올려 강백호를 추격 중이다.
홈런왕 경쟁도 점입가경이다. 공동 선두인 SSG 랜더스 최정(34)과 NC 다이노스 나성범(32)이 나란히 30홈런을 돌파하면서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5위 경쟁 중인 두 팀의 상황과 맞물려 더 흥미진진하다.
2016년과 2017년 두 차례 홈런왕을 차지한 최정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홈런 타자다. 은퇴한 이승엽(467개)에 이어 통산 홈런 2위에 올라 있다. 최근 6시즌 동안 2019년(29개)을 제외하고 매 시즌 홈런 30개를 넘겼다. 올해도 ‘홈런군단’ SSG 타선을 이끄는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전반기에만 홈런 20개를 쳐 레이스를 주도했고, 후반기에도 페이스가 떨어지지 않았다.
나성범은 시즌 후반 뒷심이 무섭다. 지난 한 달 8개를 몰아치면서 순식간에 선두권으로 나섰다. 나성범은 NC의 간판 거포지만, 아직 홈런왕에 오른 적이 없다. 지난해 34개로 3위에 오른 게 개인 최다 홈런이자 최고 순위였다. 올해는 나성범이 자신의 경력에 확실한 발자취를 남길 기회다. NC는 SSG보다 더 많은 경기를 남겨뒀다.
NC 양의지와 두산 베어스 김재환은 94타점으로 타점 1위를 양분하고 있다. 둘 다 개인 성적이 팀 순위 경쟁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라 더 신중하다. 2파전으로 압축된 타율·홈런 부문과 달리 둘에게는 경쟁자가 많다. 3위 강백호(92타점), 4위 호세 피렐라(삼성 라이온즈·91타점), 5위 최정(90타점)이 맹추격하고 있다. 모두 상위권 팀 중심 타자들이라 언제든 판도를 바꿀 저력이 있다.
김혜성(키움·40개)이 선두인 도루를 제외하면 다른 카테고리 주인공도 아직 짐작할 수 없다. 득점은 삼성 구자욱(97득점)과 피렐라(94득점)가 집안 경쟁을 하고 있고, 안타는 롯데 자이언츠 전준우(158개)와 강백호(155개)의 경쟁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출루율은 LG 트윈스 홍창기(0.462)와 강백호(0.461), 장타율은 양의지(0.588)와 최정(0.563)이 각각 경쟁하고 있다. 올 시즌 타격 타이틀 경쟁이야말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