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수 데이비드 뷰캐넌(32)이 등판하면 삼성 라이온즈 승률은 수직으로 상승한다. 뷰캐넌은 지난 12일 구단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 선발 등판, 7이닝 1실점 쾌투로 2년 연속 15승 고지를 밟았다.
삼성 투수가 2년 이상 15승을 달성한 건 김시진(1983~87년)과 김일융(1984~85년)에 이은 역대 세 번째이자 36년 만에 나온 대기록이다. 남은 시즌 1승만 추가하면 지난해 아쉽게 놓쳤던 구단 외국인 투수 한 시즌 최다 기록인 15승(1998년 베이커, 2020년 뷰캐넌)도 넘는다.
그의 진짜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건 승률이다. 삼성은 지난해부터 12일까지 누적 팀 승률이 0.508(133승 13무 129패)로 KBO리그 6위다. 뷰캐넌이 등판한 경기를 제외하면 팀 승률이 0.474(100승 10무 111패)로 3푼 이상 떨어진다. 뷰캐넌이 책임진 경기에서 승률 0.647(33승 3무 18패)를 기록한 덕분에 삼성 성적이 전체적으로 향상되는 효과를 누렸다.
올 시즌에도 마찬가지다. 삼성은 뷰캐넌이 등판한 경기에서 승률 0.615를 기록했다. 다른 외국인 투수 마이크 몽고메리가 등판한 날 승률이 0.429라는 걸 고려하면 차이가 크다.
리그 다승 공동 1위 에릭 요키시(키움 히어로즈·팀 승률 0.600), 53경기 연속 5이닝을 소화 중인 케이시 켈리(LG 트윈스·팀 승률 0.600) 등과 비교해도 뷰캐넌의 기록은 수준급이다.
한 구단 단장은 “뷰캐넌은 KBO리그에서 통하는 전형적인 투수 같다. 적당한 구위에 제구력을 갖춘 피네스 피처(finesse pitcher)로 드류 루친스키(NC 다이노스), 댄 스트레일리(롯데 자이언츠)와 함께 A급 자원”이라고 촌평했다.
피네스 피처는 파워 피처의 반대 개념이다. 구위로 타자를 압도하기보다 투구의 강약 조절과 로케이션 조정으로 타자를 상대하는 기교파 투수를 지칭한다.
김경기 스포티비 해설위원은 “뷰캐넌은 투구 템포가 빠른 투수다. 그리고 스트라이크존을 크게 벗어나는 공을 던지지 않는다. 존에 걸치는 공이 많으니 타자들의 배트가 나올 수밖에 없다”며 “구위로 압도하는 유형이 아닌 공격적인 투구 패턴으로 배트를 유인, 범타를 끌어내는 스타일에 가깝다. 이닝을 잘 책임져 주는 것도 강점”이라고 말했다.
뷰캐넌은 약점이 거의 없다. 시속 150㎞까지 찍히는 포심 패스트볼에 투심 패스트볼, 컷 패스트볼, 커브, 체인지업을 다양하게 섞는다. 특정 구종에 의존하지 않는 데다 제구까지 준수하다. 더그아웃에선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할 정도로 성격까지 좋다. 일본 프로야구(2017~19년)에서 뛴 경험까지 갖춰 KBO리그에 연착륙했다. 뷰캐넌은 “2년 연속 15승을 달성해 너무 뿌듯하다. 하지만 아직 팀의 순위 싸움에 더 집중해야 할 것 같다. 좋은 경기력으로 1위까지 올라가고 싶다”고 각오를 전했다.
삼성은 최근 몇 년 동안 외국인 투수 농사가 흉작에 가까웠다. 2015년 이후 포스트시즌 진출에 연이어 실패한 가장 큰 이유였다. 올 시즌엔 다르다. 외국인 투수 벤 라이블리를 중도 퇴출하는 변수가 발생했지만 큰 위기 없이 넘겼다. 승리를 부르는 ‘뷰캐넌 효과’가 삼성을 선두 경쟁으로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