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34·KT)만의 독특한 루틴이 시즌 막판 팀 투수진의 체력 관리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데스파이네는 지난 16일 수원 한화전에 선발 등판, 7⅔이닝 동안 6피안타 2실점으로 호투하며 KT의 11-2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12승(9패)을 거뒀고, 평균자책점은 종전 3.41에서 3.36으로 낮췄다.
데스파이네는 이날 총 투구 수 127개를 기록하며 철완을 과시했다. 7회까지 110개를 던지고도, 8회 마운드에 올랐다. 올 시즌 개인 한 경기 최다 투구 수.
KT는 전날(15일) 열린 KIA전에서 불펜 투수 6명을 투입했다. 지난주 내내 불펜 소모가 컸다. 2~4점 차 박빙 승부가 많았기 때문이다. 셋업맨 박시영은 13일 두산전부터 3연투를 소화했다.
이런 상황에서 나선 데스파이네가 8회 초 2사까지 책임졌다. KT는 한화전 남은 1⅓이닝을 이대은과 안영명만으로 막아냈다. 주권, 조현우, 김재윤 등 다른 필승조 일원들이 모처럼 휴식을 취했다.
불펜 투수들이 체력 저하에 시달리는 시즌 막판이지만, KT는 데스파이네 덕분에 든든하다. 평균 6이닝 이상 막아주는 그가 상대적으로 자주 등판하며 동료 투수들에게 휴식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선발 투수는 보통 공식 휴식일(월요일)을 포함해 5일 동안 휴식하고, 6일 만에 마운드에 선다. 반면 데스파이네는 '4일 휴식' 뒤 등판을 선호한다. 성적도 훨씬 좋다. 등판 간격이 6일 이상 벌어진 22차례 등판에서는 평균자책점 5.65를 기록했지만, 4일 휴식 뒤 나선 42경기에서는 훨씬 낮은 3.11을 기록했다. 투구 내용에 차이가 크다 보니 이강철 KT 감독도 가급적 그의 루틴을 지켜주고 있다.
이 과정에서 등판 간격이 밀린 다른 선발 투수들은 하루, 이틀 더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데스파이네는 지난해 10월에도 루틴을 유지했고, 한 달 동안 7번이나 등판했다. 선발로 나선 6경기는 모두 5이닝 이상 소화하며 임무를 다했다. KT는 데스파이네 덕분에 불펜진을 조기 가동하는 악재를 피할 수 있었고, 비교적 안정적으로 마운드를 운영하며 포스트시즌을 대비할 수 있었다.
데스파이네는 18일 기준으로 31경기에 등판해 176⅔이닝을 소화했다. 투구 수는 3189개. 모두 리그 투수 중 최다 기록이다. 남은 시즌 최소 2번 이상 더 등판할 예정이다. 지난 시즌도 최다 등판(34번), 최다 이닝(207⅔), 최다 투구 수(3525개) 1위에 오른 투수다. 데스파이네는 "내가 팀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더 많은 이닝을 던지는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KT 불펜진은 그가 등판할 때마다 단비같은 휴식을 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