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별명은 ‘빅 쇼’였어요. 한국에서는 구단 주무가 ‘크레이지 캥거루’라고 불러요. 마음에 들어요.”
최근 프로축구 수원FC 전지훈련지 강원도 홍천에서 만난 호주 출신 수비수 라클란 잭슨(26)이 자신의 별명을 설명하면서 활짝 웃었다.
중앙수비 박지수가 김천 상무에 입대하자 수원FC는 지난 7월 아시아 쿼터로 잭슨을 데려왔다. 잭슨은 2014년 호주 브리즈번 로어에서 프로 데뷔해 2015년부터 7년간 호주 뉴캐슬 제츠에서 뛰었다.
첫 해외 진출인 잭슨은 “한국에 오기 전에 (코로나19 등) 불확실성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다. (2018~19년) 전남에서 뛰었던 제임스 도나치(호주)에게 한국 생활 등 많은 조언을 받았다”며 “한국 생활을 즐기고 있다. 음식도 맛있고 사람들도 친절하다. 지금은 정착한 느낌이며 제2의 고향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또 “같이 살고 있는 팀 동료 라스가 영어를 잘해 친구처럼 지내고 있다. 포항의 알렉스 그랜트와 종종 연락한다”고 했다.
5월 초까지 11~12위를 오갔던 수원FC는 4위(12승 9무 11패·승점 45)에 올라 파이널A(1~6위)행이 거의 확실하다. 잭슨은 수원FC가 후반기에 치른 13경기에 모두 출전했다. 이 기간에 수원FC는 14실점을 기록했다. 클린 시트(무실점 경기) 6경기였고, 팀은 7승 3무 3패다. 수원FC는 전반기 19경기에서 32실점 했다.
키 196㎝ 잭슨은 헤딩으로 상대 크로스를 차단한다. 스리백의 왼쪽에 위치한 왼발잡이 잭슨이 3선에서 곧바로 전방을 향해 롱패스를 연결한다. 잭슨은 지난달 12일 강원FC전 후반 43분에 절묘한 로빙패스로 라스의 결승골을 도왔다. ‘미친 왼발’이란 표현에 잭슨은 한국어로 “진짜?”라고 말한 뒤 “그런 칭찬은 기분 좋다. 수비 뒷공간으로 패스를 찔러주는 연습을 많이 하는데, 경기에서 잘 맞아 떨어지는 것 같아 좋다”고 했다.
잭슨은 8월 25일 수원 삼성전에서 골문을 등지고 힐킥으로 K리그 데뷔골을 터트렸다. 잭슨은 “전화를 많이 받았다. 가족과 친구들이 기뻐해 줬다. 운으로 넣은 게 아니라 확실히 노리고 한 것이다. 팀 동료들이 하나 더 넣으라고 한다. 커리어에서 거의 골을 못 넣었는데, 최대한 많이 넣고 싶다”고 했다.
6살 때 축구를 시작한 잭슨은 “아버지가 권유했다. 난 항상 스트라이커였고 레프트 윙도 봤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점점 (공격수→미드필더→수비수) 뒤로 내려갔다. 이러다가 마지막에는 골키퍼로 은퇴하지 않을까”라며 웃었다.
또 잭슨은 “호주에서 항상 바다 근처에서 살다가 처음 내륙에서 지낸다. 라이프 스타일은 다르지만 매력 있다. 어릴 땐 서핑을 했고, 한국에서 양양에 가봤다. 가족이 그립고, 뉴캐슬에 있는 여자친구도 보고 싶다”고 했다.
K리그 특징에 대해 잭슨은 “매우 격렬하며 피지컬적으로 부딪힌다. 공격적이고 볼 탈취와 전개가 매우 빠르다”며 “특히 울산과 전북의 경우 90분 내내 완전히 집중해야 할 정도로 부담스럽고 막기 힘들었다”고 했다.
K리그 출신 타가트가 호주대표팀에서 활약하고 있다. 잭슨은 “호주 23세 이하 대표팀에 뽑힌 적은 있다. 나라를 대표하는 것은 큰 꿈이며, 항상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