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중국 당국이 국가안보에 어긋난다고 생각하는 영화는 과거 허가를 받았다고 해도 상영이 금지된다.
홍콩 의회인 입법회는 27일(한국시간) 당국이 ‘국가안보의 이익에 반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영화의 상영을 금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전영(영화)검사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행동을 지지하거나 미화한다고 판단할 경우 이미 상영허가를 받은 영화도 허가를 취소하고 상영을 금지할 수 있다.
또 영상물 불법상영에 대한 처벌이 기존 벌금 20만 홍콩달러(약 3000만원) 및 징역 1년에서 벌금 100만 홍콩달러(약 1억 5000만원) 및 징역 3년으로 강화됐다. 상영허가가 취소될 경우 관련 영화의 비디오와 DVD 역시 배포 및 판매할 수 없다.
이날 입법회에서 일부 의원은 해당 규제를 온라인 영상물로도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에드워드 야우 홍콩 상무장관은 “개정안은 영화 검열 체계를 강화하고 검열의 허점을 메우기 위한 목적”이라면서도 규제 대상 확대를 위해서는 신중하고 종합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또 “개정안은 영화업계의 활동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영화는 국가안보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화업계는 분명한 규제를 따를 수 있으며, 실수로 레드라인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홍콩 최대 노조연합단체이자 친중 성향인 공회연합회(工會聯合會)의 마이클 럭 의원은 개정안 통과를 환영하면서 “할리우드에도 레드라인은 있다. 누구도 오사마 빈 라덴이나 알카에다, 테러리스트를 미화하는 영화를 만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홍콩 영화계에서는 이번 개정안으로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앞서 이번 개정안 논의가 수면 위로 오르면서 홍콩 매체들이 영화 연출의 자유가 위축될 것을 걱정했었다. 개정안 통과로 중국의 부패상을 그린 저우싱츠(주성치) 주연의 코믹 영화 ‘007 북경특급’(國産凌凌漆), 중국과 홍콩의 문화적 충돌을 그린 토니 렁(양가휘) 주연 ‘북경 예스마담’(表姐, 好)와 같은 1990년대 영화마저 상영허가가 취소될 수 있다. 또 홍콩 반정부 시위를 다룬 다큐멘터리는 물론이고, 2025년 디스토피아가 돼버린 홍콩을 그리며 호평을 받은 ‘10년’도 금지영화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홍콩은 1990년대까지 ‘극동의 할리우드’로 불리며 영화 산업의 황금기를 구가했다. 그러나 1997년 영국에서 중국으로의 주권 반환을 기점으로 영화계 인재들의 해외 이주, 불법복제 기승, 소재 중복 등이 겹치며 영화 산업이 내리막을 걸었다. 이번 개정안은 그런 흐름에 쐐기를 박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