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고양 오리온 루키 가드 이정현. [사진 KBL] “신인왕 경쟁요? 이제 1라운드 끝났고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았는데. 음… 그래도 현시점에서 제가 1~2등 아닐까요?”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 ‘루키 가드’ 이정현(22)이 1일 전화 인터뷰에서 웃으며 말했다. 이정현은 지난 9월 신인 드래프트에서 1순위 서울 삼성 센터 이원석(21), 2순위 수원 KT 센터 하윤기(22)에 이어 3순위로 오리온에 뽑혔다.
이정현은 시즌 평균 9.2점, 2.7도움, 2리바운드를 기록 중이다. 지난달 31일 원주 DB전에서 17점을 몰아쳐 72-68 승리에 기여했다. 백보드를 맞힌 뒤 넣는 뱅크 슛이 일품이었다. 이정현은 “계속 식스맨으로 나가다가 첫 선발이라 깜짝 놀랐다. 대학(연세대) 시절 레이업 슛을 많이 했는데, 프로에 오니 외국인 선수와 빅맨이 많아서, 상대를 달고 뛰는 것보다 뱅크 슛이 낫다고 생각해 계속 시도하고 있다”고 했다.
이정현의 수비에 막힌 DB 에이스 허웅은 이날 맞대결에서 3점 슛 10개를 던져 한 개도 넣지 못했다. 이정현은 “제 장점 중 하나가 수비다. 피지컬(188㎝)에서 앞서는 만큼 최대한 볼을 못 잡게 하려고 열심히 따라다니고 강하게 압박했다”고 했다.
오리온은 외국인 선수 라둘리차가 부진한데도, 1라운드를 공동 2위(6승 3패)로 마쳤다. 국내 선수들이 분전했고, 특히 이대성-한호빈-이정현 스리가드가 가동됐다. 이정현은 “외국인 선수 매치업에서 밀리는 경향이 있지만, 할로웨이는 리바운드와 스크린을 열심히 해주고 있다”며 “가드 3명이 나서면 누구나 2대2 픽앤드롤 플레이가 가능하다. 미스 매치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셋 다 수비를 잘할 수 있다”고 했다.
이정현은 지난달 안양 KGC전에서 18점을 몰아쳤다. 이정현은 “학창 시절 승부처에서 슛을 많이 시도했다. 그 때도 마지막에 못 넣어 진 적도 많지만, 당시 경험이 도움이 된다. 떨거나 긴장하지 않고 자신 있게 쏜다”고 했다.
DB전에서 골밑 돌파를 시도하는 이정현. [사진 KBL] 이정현은 전주 KCC ‘특급 가드’ 이정현(34)과 동명이인이다. 그는 “형은 ‘큰 정현’, 난 ‘작 정현(작은 정현)’이라 불린다. 대학교 2학년이던 2019년에 대표팀에 대체 선수로 뽑힌 적이 있다. 정현이 형이 ‘네가 올 줄 알았다면 같은 방을 쓸 걸 그랬다. 많이 배우고 가’라고 얘기해줬다. 롤모델과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형은 픽앤드롤 플레이를 정말 잘하고 슈팅력도 좋다. 형을 보고 많이 배웠고, 내 플레이 스타일도 바뀐 것 같다”고 했다. ‘언젠가 큰 정현을 넘고 싶은 마음이 있는가’라고 묻자 “당연히 있다. 아직 한참 부족하지만, 경험을 쌓고 열심히 한다면 넘을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역대 프로농구 신인 3순위였던 송교창(KCC), 두경민(한국가스공사)은 특급 선수로 성장했다. 이정현은 “3순위로 뽑혔다고 아쉬움이 남지 않는다. 신인 동기들 활약을 보면 불타오르는 것 같다. 윤기는 포스트 플레이가 강점이고, 원석이는 공격 리바운드 높이가 높다. 동기 중에 팀이 뻑뻑할 때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능력은 내가 가장 낫지 않나 싶다”며 “팀 동료 (이)승현이 형이 ‘신인왕 만들어주려고 매치업 상대 하윤기와 이원석을 더 열심히 막고 있다’고 말해준다. 든든하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