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장기화하며 완성차 업계가 10월에도 국내 시장에서 일제히 두 자릿수 감소를 나타냈다. 4개월 연속 감소세다. 연간 내수 판매 목표 달성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부랴부랴 이달 할인 판매에 나서는 등 막판 총공세를 예고했지만, 반도체 수급 부족 여파가 이어지고 있어 실제 성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업계 일부에서는 '반도체 때문에 올해 장사를 망쳤다'는 말까지 나온다.
10월 내수판매 21.5% 폭락
3일 업계에 따르면 완성차 5사의 10월 내수 판매실적은 총 10만6424대로 전년 동월 대비 21.5% 감소했다.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생산 차질이 판매감소로 이어졌다.
현대차의 경우 10월 국내 시장에서 5만7813대를 판매하며 전년 동월 대비 12.0%의 마이너스 성장을 나타냈다. 그나마 이 수치가 완성차 5사 중 가장 작은 낙폭인 덕에 현대차의 완성차 5사 내 점유율은 54.3%까지 확대됐다.
인기 모델 그랜저 판매량이 9448대까지 확대됐고, 10월 들어 본격 판매가 시작된 광주글로벌모터스(GGM) 위탁생산 차종인 경형 SUV 캐스퍼도 2506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기아의 10월 국내 판매 대수는 3만7837대로 전년 동월 대비 21.2% 감소했다. 기아의 최고 인기모델 쏘렌토 판매가 5363대에 그쳤을 정도로 생산 차질 여파가 컸다.
같은 기간 르노삼성은 30.0% 감소한 5002대의 내수 판매량을 기록했다. QM6 판매량이 3487대로 버텨주고 있지만, XM3(792대)는 수요만큼 생산이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 XM3의 대기 물량은 1300대에 달한다.
르노삼성은 이달부터는 XM3를 비롯한 부산공장에서 생산하는 내수 차량의 정상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쌍용차는 10월 국내 시장에서 3279대를 판매했다. 전년 동월 대비 56.9% 감소한 물량이다. 인기 모델인 더 뉴 렉스턴 스포츠&칸 약 5000대를 포함, 내수에서만 총 7000여 대의 출고 적체를 보이고 있다.
한국GM의 10월 내수판매는 2493대로 완성차 5사 중 가장 적었다. 전년 동월 대비 감소 폭도 64.7%로 가장 크다.
한국GM은 주력 수출 차종인 트레일블레이저를 생산하는 한국GM 부평 1공장이 반도체 부족으로 10월 중 2주간 가동을 멈췄었다. 트레일블레이저는 가뜩이나 수출 수요도 많은 차종이라 국내 판매는 697대에 그쳤다.
연간 내수 목표 달성 어려울 듯
반도체 여파가 이어지면서 업계에서는 올해 판매량이 연간 목표량은커녕 작년 수준에도 못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제 현대차의 올해(1~10월) 누적 판매량은 59만8655대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7.8% 뒷걸음질을 쳤다. 기아 역시 같은 기간 44만1185대를 팔아 지난해 대비 4.7%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나머지 3사의 실적을 더욱 심각하다. 지난달 내수 꼴찌를 기록한 한국GM은 올해 4만9156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전년 대비 26.8% 떨어진 수치다. 쌍용차도 4만4276대로 지난해보다 36.9% 떨어졌다. 르노삼성은 올해 4만7805대의 판매고를 기록, 지난해보다 무려 40.8%나 후진 기어를 놨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연간 내수 판매 목표 달성은 사실상 물 건너간 셈이다.
현대차는 당초 올해 내수 목표로 74만1500대를 제시했다. 월평균 6만1800대가량을 팔아야 달성할 수 있는 수치다. 하지만 현재 현대차의 월평균 판매량은 5만9800대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나마 기아만 연간 목표(53만5000대) 중 82.4%를 채웠다. 월평균 판매량이 4만4000대인 것을 고려하면 남은 기간 목표에 근접할 것으로 보인다.
후발주자 3사는 올해 대외적으로 내수 목표를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와 동일한 수준으로 잡았을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하지만 3사의 올해 판매량을 보면 지난해 판매량에 한참 못 미칠 전망이다. 지난해 한국GM은 8만2954대를, 르노삼성은 9만5939대를, 쌍용차는 8만7888대를 각각 팔았다. 이들 3사의 올해 월평균 판매량이 4000대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작년과 비교해 60% 수준에 머물 전망이다.
눈물의 세일…효과는 미지수
연간 판매 실적 달성이 어려워지자 쌍용차와 한국GM·르노삼성 등 후발 주자들은 벌써 연말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GM은 이달 트래버스, 말리부 구매자를 대상으로 36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을 제공한다. 할부와 현금 지원이 결합한 캄보 할부로 구매할 경우 트래버스 250만원, 말리부 180만원의 현금 지원 혜택을 제공한다. 또 7년 이상 된 노후차를 보유한 트래버스, 말리부 구매자에게는 각각 30만원, 20만원을 추가로 지원한다.
쌍용차는 구매 차종에 따라 개소세 인하 혜택을 한 번 더 제공하는 ‘더블 업 찬스 페스티벌’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자동차를 구매하면 할부 조건에 따라 최대 80만원을 지원하는 스페셜 할부 및 제로 할부, 장기저리할부, 로열티 프로그램, 노후차 지원 등 다양한 맞춤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르노삼성은 중형 세단 SM6 현금 구매 시 200만원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여기에 2020년 생산된 SM6에 대한 최대 100만원의 추가 할인과 7년 이상 노후차 보유 소비자에 대한 20만원 추가 할인도 제공한다. 이 경우 최대 혜택의 폭은 320만원까지 늘어난다.
QM6는 편의 기능과 용품, 보증연장 구입지원비로 GDe 150만원, LPe 50만원의 지원 혜택이 주어진다. 여기에 7년 이상 노후차 보유자에게는 20만원 추가 할인 혜택이 제공된다. QM6 구매 시 36개월까지 원하는 할부기간대로 무이자 혜택을 받는 ‘마이웨이’ 할부도 가능하다.
대대적인 할인에도 불구하고 전망은 어둡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업계가 여러 판촉 행사를 하고 있어 개별소비세 혜택 막차를 타려는 소비자들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차량용 반도체로 인한 출고 지연이 길어지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망설이다가 결국 구매를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