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노우모리 케이타(20·KB손해보험)는 V리그의 왕이다. 강서브까지 더한 케이타가 V리그를 지배하고 있다.
KB손해보험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 3위에 올라 10년 만에 '봄 배구'를 했다. 케이타 덕분이었다. 아프리카 말리 출신 케이타는 입국하자마자 코로나19 확진을 받는 고초를 겪었다. 하지만 코트 위에 서자마자 압도적인 힘을 보여줬다.
특유의 점프력을 활용해 블로커 위에서 공을 때렸다. 상대로선 막을 방법이 없었고, 득점왕(1147점)도 케이타의 차지였다. 역대 단일 시즌 득점 2위. 시즌 막바지 부상만 없었다면 2013~14시즌 레오(당시 삼성화재·1282점)가 세운 기록에도 도전해볼만 했다.
KB손해보험은 케이타 붙잡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일본을 비롯해 유혹의 손길을 건네는 해외 팀들이 많았다. KB손보 관계자는 "케이타 재계약을 위해 노력했다. 조건이 더 좋은 곳도 있었지만, 구단이 케이타에게 많은 배려를 해준 데 대해 케이타가 고마워했다"고 설명했다.
다시 의정부로 돌아온 케이타는 여전하다. 1라운드 6경기에서 226점을 올렸다. 지난해보다 득점 페이스가 더 좋다. 공격 성공률(56.76%)도 1위. 가벼운 발목 부상을 입었지만 괴물같은 회복력을 보이며 살아났다. 아직 초반이지만 득점왕 2연패가 유력하다.
무기도 하나 더 늘어났다. 서브다. 케이타는 서브(세트당 0.920개)도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시즌(0.507개·3위)보다 좋아졌다. 서브왕 러셀(삼성화재·0.579개)을 앞섰다.
정확도를 눈여겨봐야 한다. 지난해엔 서브 범실률이 32.2%였다. 세 개 중 하나 꼴로 네트를 넘기지 못하거나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올 시즌엔 24.3%까지 낮췄다. 서브 에이스가 되지 않아도 리시브를 흔들어 팀 득점으로 연결되는 비율이 높아졌다.
특별히 서브 연습량을 늘린 건 아니다. 대신 롤모델인 윌프레드 레온(28)을 염두에 두고 서브에 집중했다. 쿠바 출신인 레온은 '배구계의 호날두'로 비견될 만큼 세계적인 선수다. 대포알 같은 서브로 1경기 13개의 서브 득점을 올린 적도 있다. 케이타의 등번호도 레온과 같은 9번이다. 케이타는 "레온보다 더 훌륭한 선수가 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케이타는 야생마같은 선수다. 득점을 올리면 흥겹게 춤을 추듯 세리머니를 한다. 뒤를 돌아보면서 스파이크를 하거나 외발로 뛰어 공격하는 등 기존 배구 상식을 깬 플레이도 자주 한다. 철저하게 식단 관리를 하는 편도 아니다.
그래서 비시즌 기간 구단에선 적잖이 걱정했다. 케이타가 고향인 말리에 돌아갔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탓에 2년 만에 가족들을 만난 케이타가 흐트러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체계적인 훈련을 하기 힘든 환경이기도 했다.
기우였다. 케이타는 구단에서 건네준 훈련 프로그램을 성실하게 수행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 받은 메디컬 테스트에서도 문제가 없었다. 개막 이후 펼친 활약이 이를 증명한다.
케이타는 자존심과 승부욕이 강하다. 지난 시즌엔 유니폼 안쪽 셔츠에 'I'm King(난 왕이다)'이란 문구를 쓴 뒤 들어올리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V리그 최고 외국인선수로 꼽히는 레오와 대결에서도 더 많은 득점을 올렸다.
1라운드를 3승3패로 마친 케이타는 "만족하지 않는다. 내가 원했던 부분이 나오지 않아 아쉽다. 우린 더 올라갈 것"이라고 했다. 정상에 대한 굶주림도 '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