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가 카카오톡 로그온 서비스를 통해 회원가입을 할 때 선택사항으로 요구하고 있는 '카카오스토리 글 목록 및 글쓰기' 권한. 고객들은 ″도대체 무신사가 왜 타인의 카카오스토리 정보를 수집하고 글까지 쓰려고 하는 것인가″라며 의문을 표하고 있다. 무신사 회원가입 화면 갈무리 국내 1위 패션 쇼핑몰인 무신사가 회원 가입 시 고객의 개인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의 글쓰기 권한까지 요구하고 있어 논란이다. 선택 사항이지만 약관을 꼼꼼히 확인하지 않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SNS 접근권을 넘길 수 있어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무신사 로고
카카오스토리 글 작성권 달라는 무신사 "선택 사항"
소비자 A 씨는 최근 무신사에 회원 가입을 하려다 깜짝 놀랐다. 카카오톡 로그인 서비스를 통한 회원 가입을 받으면서 '카카오스토리 글 목록'은 물론 '카카오스토리 글 작성' 접근 권한까지 선택 사항에 포함하고 있었다.
실제로 무신사는 고객이 회원 가입 시 카카오톡 로그인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카카오 동의 항목'의 서비스 접근 권한 선택 사항으로 카카오스토리의 글 목록뿐 아니라 글 작성 권한까지 요구하고 있다. 약관을 읽지 않고 선택 항목의 동의를 누르면 지극히 사적인 개인정보 및 글쓰기 권한까지 무신사에 넘기게 되는 것이다.
카카오스토리는 국내 최대 모바일메신저 카카오톡의 사진 기반 연계 SNS다. 카카오톡에 등록된 전화번호로 연동된 주변 지인과 사진 등을 공유할 수 있다. 지난 2012년 3월 출시된 카카오스토리는 론칭 1주일 만에 가입자 1000만명을 넘어섰다.
A 씨는 "우연히 약관을 확인했는데 카카오스토리 글 목록과 작성 권한까지 달라고 해서 굉장히 당혹스러웠다"며 "도대체 왜 내 SNS의 정보를 달라고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무신사는 해당 항목이 필수가 아닌 선택 사항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무신사 관계자는 본지에 "카카오스토리 접근 및 글 작성 권한 요구는 필수가 아닌 선택 사항"이라며 "해당 항목을 선택하지 않아도 무신사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객이 개인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서비스 제공을 거부하지 않기 때문에 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객은 선택 사항이라고 하지만 모르고 동의하는 경우가 많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KISIA)의 '2020 정보보호 실태조사'에 따르면 인터넷 이용자의 86.6%는 인터넷상 개인정보 제공을 동의할 때 필수사항 이외의 선택 사항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터넷으로 개인정보 제공 동의 시 이용약관을 항상 확인한다는 응답은 19.0%에 그쳤다.
개인정보위원회 심사총괄담당관은 "선택 사항으로 카카오스토리 접근 권한을 요구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며 "최근 선택 사항으로 기업들이 개인 정보를 수집하는 경우가 잦다"고 말했다.
최근 무신사와 함께 주목받고 있는 패션 쇼핑몰인 더블유컨셉은 무신사처럼 카카오톡 로그온 서비스를 이용한 회원가입을 받고 있지만, 카카오스토리 글 목록이나 글 작성 권한 등 고객의 사생활 정보를 선택사항으로 요구하지 않고 있다. 더블유컨셉 회원가입 페이지 갈무리
더블유컨셉·GS이숍은 요구 않는데…무신사는 왜?
무신사는 왜 고객의 카카오스토리 글 목록 접근과 글 작성 권한을 갖고 싶어할까. 무신사 측은 이 부분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무신사 관계자는 "카카오톡으로 로그인할 때 카카오 측에서 제공하는 기본 틀에 카카오스토리 글 목록 및 글 작성 권한을 요구하는 항목이 있다"며 "우린 그것을 그냥 가져다 쓸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본지 확인 결과, 더블유컨셉이나 GS이숍 등 타 쇼핑몰은 무신사처럼 SNS 접근 권한 등을 연계정보로 요구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무신사 관계자는 "카카오의 기본 제공 틀에서 카카오스토리 접근 권한 등의 항목을 뺄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는 (타 쇼핑몰과 달리) 카카오스토리 접근 권한을 빼지 않고 쓰고 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무신사 측은 또 회원 가입 시 카카오스토리 접근 권한을 선택 항목으로 넣긴 했지만, 지금까지 이 권한을 이용해 고객의 SNS에 접근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과거에 사용한 적도, 앞으로 사용할 계획도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쓰지도 않을 고객 개인정보를 도대체 왜 수집하는 것인가. 해당 정보가 유출되거나 잘못 이용될 여지도 있다는 걸 모르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무신사는 10대 고객이 상당수인 인기 쇼핑몰이다. 어린 고객들이 회원 가입을 할 때 약관을 모두 확인했을지, 의미는 알고 선택 항목을 눌렀는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김민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무신사가 개인정보보호법 상 불법이 아닐지라도 소비자를 기만하는 '다크패턴(사람을 속이기 위해 설계된 사용자 인터페이스)'을 보였을 가능성이 있다"며 "소비자로서는 선택과 필수 항목이 섞여 있어 의도치 않게 개인 정보를 제공하게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김 활동가는 "해외에서는 이런 디지털 기업의 다크패턴에 점차 엄격한 잣대를 대고 있다. 국내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내부적으로 다크패턴을 규제하는 방안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