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문고 재학 시절 포수였고 미국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마이너리그에서도 포수 마스크를 썼던 김재윤. 하지만 KT 입단 후 투수로 포지션을 전환했고 팀의 마무리 투수로 뒷문을 지키고 있다. 실패한 수비형 포수였지만 이제 명실상부 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첫 시작은 포수였다. KT 위즈 오른손 투수 김재윤(31)은 휘문고 재학 시절 '수비 잘하는 안방마님'이었다. 2008년 에드먼턴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선 주전 포수로 허경민(두산 베어스) 김상수(삼성 라이온즈) 안치홍(롯데 자이언츠) 등과 우승을 합작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차가웠다. 친구들이 하나둘 프로의 꿈을 이룬 200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낙방했다. 타격이 되지 않는 '수비형 포수'에 주목하는 구단이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가능성을 높게 본 미국 프로야구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구단과 계약금 15만 달러(1억7000만원)에 사인, 혈혈단신 태평양을 건넜다.
김재윤은 미국에서도 실패했다. 수비가 안정적이고 어깨도 강한 포수였다. 하위 싱글A에서 뛴 2011년에는 도루 저지율 30%(저지 16회)를 기록했다. 문제는 역시 타격이었다. 마이너리그 최저 레벨인 루키리그에서 타율 2할을 넘기는 게 버거웠다. 결국 더블A도 밟아보지 못한 채 2012년을 끝으로 귀국했다. 곧바로 육군 1군사령부 의장대에서 복무, 병역을 해결했다. 김재윤은 2015년 신인 드래프트에 도전해 신생팀 특별지명으로 KT 유니폼을 입었다. '에드먼턴 친구들'이 각 구단의 주전으로 활약할 때 최저연봉 2700만원을 받는 신인으로 어렵사리 KBO리그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의 야구 인생은 2015년 스프링캠프에서 바뀌었다. 당시 조범현 KT 감독은 김재윤이 투수로 대성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김재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분신이나 다름없던 포수 마스크를 벗었다. 마운드에 오른 김재윤은 180도 다른 선수가 됐다. 데뷔 첫 시즌인 2015년 42경기에 등판해 1승 2패 6홀드 평균자책점 4.23(44와 3분의 2이닝 70탈삼진)을 기록했다. 9이닝당 탈삼진이 무려 14.1개로 40이닝 이상을 투구한 불펜 투수 56명 중 1위였다. 포수 시절 쌓은 경험은 '투수 김재윤'의 좋은 무기였다. 주자를 잡던 강한 어깨에는 묵직한 직구가 장착됐다.
프로야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23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KT가 3-1로 승리했다. KT마무리 김재윤이 세이브를 한뒤 기뻐 하고있다. KBO리그 역대 17번째 100세이브. 수원=정시종 기자 jung.sichong@joongang.co.kr /2021.09.23. 현역 시절 포수였던 조범현 감독은 당시에 김재윤을 보며 "캐처(포수)를 해서 그런지 타자와 수 싸움에 강한 모습을 보여준다. 볼카운트를 어떻게 해야 유리하게 가져갈지 알고 있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전력분석 파트에선 "묵직하고 볼 끝이 좋다. 포수 출신으로 팔도 길어서 메커니즘도 뛰어나다. (긴 팔을 이용해) 공을 끝까지 끌고 가서 때려내기 때문에 릴리스 포인트가 앞에 있어 타자들이 반응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김재윤은 투구 레퍼토리가 단순하다. 직구와 슬라이더 비율이 80%를 넘는다. 포크볼 비율을 끌어올렸지만, 여전히 마운드 위에서 '투 피치'에 가깝다. 구종이 단조롭다는 건 단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김재윤은 정면승부를 피하지 않는다. 그의 우상이자 KBO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 오승환(39·삼성)의 전성기를 연상시킨다. 지난 15일 열린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2차전에선 진가를 제대로 발휘했다. 6-1로 앞선 9회 등판해 직구와 슬라이더만 던져 탈삼진 3개로 퍼펙트하게 경기를 끝냈다.
프로야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23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KT가 3-1로 승리했다. KT마무리 김재윤이 세이브를 한뒤 환호 하고있다. KBO리그 역대 17번째 100세이브. 수원=정시종 기자 jung.sichong@joongang.co.kr /2021.09.23. 김재윤의 야구 인생은 굴곡의 역사다. '수비형 포수'로 실패를 맛본 뒤 막내 구단의 마무리 투수로 자리매김하기까지 많은 고난이 있었다. 이 기간 김재윤과 KT는 함께 성장했다. 김재윤은 지난 9월 KT 구단 최초이자 리그 역대 17번째로 통산 100세이브를 달성했다. 창단 첫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이강철 KT 감독은 지난 10월 "김재윤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KS 1, 2차전에 모두 승리한 KT는 통합우승에 성큼 다가섰다. 7전 4승제 시리즈에서 1·2차전 승리 팀의 우승 확률은 89.5%(19번 중 17회)에 이른다. 타석에서 경험하지 못한 김재윤의 인생 역전 만루홈런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한편 KT는 17일 열리는 KS 3차전 선발 투수로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를 예고했다. 데스파이네는 올 시즌 13승 10패 평균자책점 3.39를 기록했다. 수세에 몰린 두산은 아리엘 미란다를 내세운다. 미란다는 올 시즌 리그 평균자책점과 탈삼진 1위에 오른 에이스. 특히 225탈삼진으로 최동원(당시 롯데 자이언츠)이 1984년 세운 단일 시즌 최다 탈삼진 기록(223탈삼진)을 새로 썼다. 하지만 어깨 통증 문제로 10월 24일 잠실 LG 트윈스전 이후 공식전 등판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