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개봉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 ‘장르만 로맨스’에는 류승룡, 오나라, 김희원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쟁쟁한 이들 사이에서 유난히 눈길이 가는 이가 있다.
배우 무진성은 ‘장르만 로맨스’를 통해 스크린 데뷔를 신고했다. 극 중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교수인 현(류승룡 분)을 사랑하는 남자 제자 유진 역을 맡아 애틋하면서도 당찬 연기를 선보였다.
무진성은 비대면 인터뷰에서 “도전을 좋아하는 편이라 성소수자 연기를 망설이지는 않았다”며 “현을 향한 유진의 마음과 정서를 공감하고 거침없이 표현했다”고 말했다. 이어 “유진이 현에게 갖는 감정은 복잡미묘하다. 존경심, 동경, 인간애 등이 뒤섞여 있다. 이 모든 감정은 사랑이라는 단어에 다 들어가 있는 것 같다. 사랑하는 마음은 누구도 깎아내릴 수 없다는 게 이 영화의 메시지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극 중 유진은 자신을 결코 바라봐줄 수 없는 이성애자 남성을 조건 없이 사랑하는 ‘약자’의 처지이면서도 시종 당당한 태도를 유지한다. 극 초반 현이 거부감을 드러낼 때도 그다지 상처를 받지도 않는 듯하다. 그러나 위로가 필요할 때 애처로운 눈빛으로 한 번만 안아달라고 말한다. 무진성은 류승룡과 호흡 덕분에 유진의 이런 독특한 캐릭터를 잘 소화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기에서 가장 중요한 건 상대의 리액션이라 생각한다. 류승룡 선배가 유진을 더 돋보일 수 있도록 내 연기를 받아줬다”고 했다.
평소 류승룡을 존경하는 무진성은 선배와 호흡을 맞춰야 한다는 사실에 무척 긴장했다고 한다. 긴장을 풀기 위해 자신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류승룡이 크게 웃는 사진으로 설정해 놓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촬영장에 들어가자 기우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무진성은 “선배님을 처음 만나자마자 모든 걱정이 사라졌다. 먼저 다가와 농담도 하고 긴장하지 않게끔 대화하면서 분위기를 풀어줬다. 후배들이 좋은 연기가 나오도록 마음을 헤아려준다고 생각했다. 너무 잘 이끌어줘 나는 그대로 몸을 맡겼다”고 했다.
배우 출신인 조은지 감독 또한 ‘배우 무진성’의 어려움을 알아채고 마음을 다해 도와줬다고 한다. 무진성은 “감독인 동시에 배우로서도 선배라 다행이었다”면서 “내 마음을 꿰뚫어 보고 어려워하는 지점을 족집게 과외 선생님처럼 해결해줬다”며 웃었다.
영화에서 무진성이 마치 유진의 ‘현신’처럼 느껴지지만, 역할을 하기까지 꽤 지난한 과정을 거쳤다. 사람에 대한 상처와 진로 고민으로 슬럼프를 겪던 시기에 만나게 된 시나리오를 보고 오디션에 지원했다. 2013년 데뷔 이후 주로 드라마에서 활약했던지라 영화 경험도 없었지만, 2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역할을 따냈다. 무진성은 “영화를 본 부모님이 감동해 우셨다. 그 모습을 보고 나도 울컥했다. 누구보다 오래 기다렸고 내가 고생하는 걸 알기에 기뻐하셨다”고 했다.
데뷔 전 그는 학창시절 법조인을 꿈꿀 정도로 공부를 잘했다. 처음 배우가 되겠다고 했을 때 부모님이 반대했다. 고등학생 때 친구와 함께 연극을 본 뒤 배우가 되겠다고 결심하고는 부모님께 딱 한 달만 연기를 배워보고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면 그만두겠다는 식으로 설득했다. 그러나 한 달이 두 달 되고, 두 달은 어느새 1년이 돼 데뷔까지 하게 됐다.
무진성은 “영화 데뷔작이 개봉한 지금도 하루하루가 꿈꾸는 것 같고 감사하다. 8년간 여러 작품을 하면서 알게 된 건 배우가 좋은 연기와 좋은 작품을 만나도 봐주는 사람 없으면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앞으로 더 책임감과 감사함을 갖고 연기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장르만 로맨스’는 평범하지 않은 로맨스로 얽힌 이들과 만나 일도 인생도 꼬여가는 베스트셀러 작가 현의 버라이어티한 사생활을 그린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