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KS)를 준우승으로 마친 두산 베어스가 다음 시즌 준비에 들어간다. 17승 에이스였다가 부진했고, 가을야구 에이스로 돌아온 이영하(24)의 보직도 다음 시즌 두산의 주요 변수다.
두산은 올가을 기적의 주인공이었다. 정규시즌 4위로 와일드카드(WC) 결정전에 나가 7년 연속 KS 진출까지 이뤄냈다. 비록 KS에서는 정규시즌 1위 KT 위즈에 4연패로 패했지만, ‘미러클’이라는 수식어가 가을 내내 두산을 따라다녔다.
기적의 중심에는 가을의 에이스로 떠오른 필승조 이영하와 홍건희(29)가 있었다. 외국인 투수 아리엘 미란다와 워커 로켓이 빠진 상황에서 필승조가 긴 이닝을 책임졌다. PO까지 이영하가 5경기 11이닝 3실점(평균자책점 2.45), 홍건희가 4경기 7과 3분의 2이닝 3자책점(평균자책점 3.52)으로 뒷문을 지켰다. 매번 멀티 이닝을 소화하며 선발의 빈자리를 메웠다.
2021시즌을 마무리한 두산은 내년 시즌 계산에 들어간다. 주축이었던 두 투수 역시 당연히 포함된다. 문제는 보직이다. 트레이드 후 쭉 불펜으로 뛰었던 홍건희는 문제가 없다. 선수 본인도 “선발 도전할 때 결과가 좋지 않았다”며 “마냥 어린 나이도 아니고 나만의 자리를 찾고 싶어 구원 투수로 던지고 싶다고 감독님께도 말씀드렸다”고 보직 고정을 희망했다.
반면 이영하는 다르다. 지난 2019년까지만 해도 17승 4패 평균자책점 3.64로 두산 선발진의 한 축을 담당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불안했다. 2년 연속 시즌 중 불펜으로 보직을 변경했다. 불펜으로는 2020년 23경기 평균자책점 1.04, 올해는 24경기 평균자책점 1.60으로 좋았다. 멘털 문제였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원래 좋은 공을 가지고 있었다”며 “던지면서 자신감도 얻어가고 밸런스 등이 좋아진 듯하다”고 불펜 이영하의 호투 원인을 분석했다.
불펜 카드로 매력적이긴 하지만, 선발로 보여준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외국인 투수 둘의 재계약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최원준과 곽빈 외에도 믿을만한 선발 카드가 필요하다.
과제는 제구력이다. 평균 시속 145.7㎞의 직구(스탯티즈 기준)를 보유했지만 제구 불안으로 이를 살리지 못했다. 올 시즌엔 9이닝당 볼넷(BB/9) 개수가 6.52개로 커리어 최악을 기록했다. 불펜으로 옮긴 후만 따지면 4.81로 많이 낮아졌지만, 여전히 규정 이닝 투수들과 비교하면 최악의 수준(최하위 롯데 앤더슨 프랑코·4.50개)이다.
평균자책점 10.13으로 흔들렸던 KS에서도 마찬가지였다. 3차전에서 7타자를 상대해 절반 이상인 4명을 볼넷으로 내보냈다. 당시 김태형 감독은 “공은 좋았는데 힘이 너무 들어가 볼넷을 내줬다”며 “스트라이크를 던져야 하는데 안 맞으려고 너무 힘이 들어가니 제구가 안 됐다”고 분석했다.
불펜 이영하로 뛴 2021시즌은 끝났다. 김태형 감독이 보직을 특정하지 않은 만큼 선발로 돌아갈지는 이영하 본인에게 달렸다. 도망가지 않고 강속구로 타자를 제압할 수 있어야 ‘가을 한정’ 에이스 이영하가 17승을 거두던 진짜 에이스로 돌아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