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는 올가을, 역대 최초로 7년 연속 한국시리즈(KS)에 오르는 '기적'을 만들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모두 치르고 얻어낸 결과라 더 놀라웠다. 하지만 정규시즌 우승팀 KT 위즈의 벽은 넘지 못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2022년은 '무(無)'에서 다시 시작한다. 처음이라는 마음으로 새 시즌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두산은 김태형 감독이 부임한 2015년 KS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매년 KS에서 그해 마지막 경기를 치렀고, 우승 혹은 준우승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감독도, 선수들도 어느덧 '가을야구 스페셜리스트'가 됐다.
하지만 두산 왕조가 서서히 쇠퇴하고 있는 건 내부에서도 받아들이고 있는 사실이다. 전반기 7위까지 처졌다가 가을야구에 턱걸이한 올해 정규시즌 결과가 그 증거다. 두산은 71승 8무 65패(승률 0.522)를 기록해 4위로 페넌트레이스를 마쳤는데, 김태형 감독 부임 후 가장 낮은 순위와 승률이었다.
예견된 수순이다. 두산은 수년간 자유계약선수(FA)를 대거 다른 팀으로 떠나보냈다. 2018년을 끝으로 리그 최고 포수 양의지가 NC 다이노스로 이적했고, 지난 시즌이 끝난 뒤엔 오재일(삼성 라이온즈)과 최주환(SSG 랜더스)가 나란히 팀을 옮겼다. 올해 포스트시즌 내야진은 이들 대신 데려온 보상 선수(강승호, 박계범)와 트레이드로 영입한 선수(양석환)로 채웠다.
팀에 남은 '왕조의 주역'들도 기량이 예전만 못하다. 왼손 원투펀치였던 투수 장원준과 유희관, 키스톤 콤비였던 내야수 김재호와 오재원이 모두 세월의 흐름에 굴복하는 모양새다. 1990년생 내야수 허경민과 외야수 정수빈을 장기 계약으로 잡았지만, 정수빈은 정규시즌 극심한 타격 부진에 허덕여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외국인 투수 아리엘 미란다와 워커 로켓, 외국인 타자 호세 페르난데스가 좋은 성적을 올리지 않았다면, 5강도 장담하기 어려웠을 시즌이다.
올겨울도 고생길이 훤하다. 간판 외야수 김재환과 박건우가 모두 FA 자격을 얻는다. 둘 다 팀에 필요한 선수지만, 둘 다 잡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다른 구단들이 두둑한 지갑을 들고 FA 시장이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외국인 선수 재계약도 고민거리다. 탈삼진왕 미란다는 올 시즌 맹활약으로 해외 리그의 관심을 받고 있다. 장타력이 아쉬운 페르난데스는 김재환의 계약 상황에 따라 구단의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